일주일을 열심히 본인의 일에 몰두한 사람들이 바라는 주말은 무엇일까? 학생들에게는 공부를 떠나는 것일테고, 주부들에게는 부엌에서 해방되는 것일테고 샐러리맨들에게는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일 것이다. 갑자기 지금의 자리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고, 혹은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술잔을 기울이고 싶기도 하고, 그냥 동네 어귀의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보고 싶기도 하다. 이런 소소한 일상의 생각을 읽는이로 하여금 "아 나도 저랬었지!!" "아 지금 나도 저렇게 해보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도록 감칠맛나게 풀어낸 이야기 모음이다.

토요일..일요일.. 아니 그냥 하루 쉬는 공휴일도 좋고 휴가라도 좋다. 그런날에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집안 일들을 해치워 버리는 그런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햇살비치는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즐기며 차창밖을 내다보거나, 이런 저런 상념에 무거워진 눈꺼풀을 거부하지 않고 조용히 소파 위에 자리를 잡는 그런 느낌의 이야기들이다. 책장을 넘길때 마다 내 삶의 한 구석을 들켜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구나 하는 공감을 갖기도 한다.

나역시 고향이 바닷가이기에 "가오리줄까"의 이야기처럼 비릿한 생선을 좋아한다. 특히 꾸득꾸득 말려서 쭉쭉 찢어먹는 그 맛을 안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안되겠지만 그 맛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러기에 저자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편하게 맥주한잔을 하거나 친구가 있다면 소주한잔을 곁들일 수 있다면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고향친구들이라면 밤을 새도록 이야기 꽃을 피울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가면서 책속의 이야기로 나의 이야기로 왔다갔다 한다.

"야구부 소년"의 이야기는 저자가 버스에서 낯선 청년의 가방에 치여 안경마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작 당사자인 청년은 알지 못하고 내리려고 하자 뒷좌석의 야구부 소년의 "형, 사과하세요. 형때문에 저 아줌마 다쳤잖아요"라는 말에 미혼인 저자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닥쳐 이 자식아"라는 말에 미소 지을 수 밖에 없다. 조금 나이 들어 보인다고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닌데 젊음이 한창인 그때는 또 왜 그렇게 다들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오히려 정말 어리고 풋풋했던 고등학교 이전의 학창시절에는 조금이라도 더 성숙해 보이려고 그렇게 노력했던것 같은데,,,

 

가슴 뭉클하여 눈물 찔끔거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옛 앨범을 들추어 그 때 그사진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책 중간중간의 사진은 이야기와 어우러져 사진이라기 보다는 동영상처럼 머리속에 펼쳐진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책을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일요일 하루를 이런생각 저런생각으로 보냈다는 느낌.. 오랜 친구와 옛날 이야기로 즐거움을 나누었다는 느낌이다. 바쁘고 정신없이 힘들게 사는 삶에 정신적인 일요일 하루를 얻어간다. 마음이 지칠 때 아무페이지나 펴 들고 미소 지을수 있는 이야기가 듬뿍 담겨있다. 언제든지 마음속 일요일을 만들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