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그라퍼의 세계를 소개하는 책.

​  한 때는 영화, 한 때는 책에 몰입하며 살고 있다. 때때로 연극과 오페라 전시회를 보기는 하지만 손에 꼽는 수준이다. 대체로 원작을 주축으로 한 연극과 오페라를 좋아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배우의 연기만큼이나 보는 것이 무대다. 영화와 달리 생동감있는 연극과 오페라의 무대는 어디서, 어떤 무대를 놓고 하느냐에 따라 시각의 차이를 많이 두게 되는 것 같다. 저렴한 가격에 연극이나 오페라를 보면 아무래도 무대의 여백이나 배우의 연기, 무대가 아쉽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곳에서 그들의 무대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하는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게 활약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노그라퍼는 공연 종류를 막론하고 연극, 오페라, 영화는 물론전시회, 도시기획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프랑스 시노그라퍼>는 총 57명의 다양한 예술성을 지니고 있는 그들의 발자취를 담은 책이다. 짤막짤막하게 그들의 공연 사진이나 스케치, 무대가 담긴 사진이 인상적이다. 무대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이 작품의 얼굴을 담당한다면, 시노그라퍼들은 그들을 더 빛내주기 위한 밑바탕이자 가장 중심축인 무대를 말없이 꾸며주며 배우와 동등하게 작품의 성격을 내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 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잡은 무대의 모습들을 스케치하거나 그들의 동선과 작품의 성격, 인물의 다양함을 보여줌으로서 또다른 세계를 구현한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 단어가 무척이나 생경하지만 1975년 이후 부터 시노그라퍼들을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여 그들의 손길로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그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생경하기에 프랑스 시노그라퍼들을 고심하여 뽑은 대표적인 57명의 이름 또한 낯설게 느껴진다. 이 책은 세분화하여 세밀하게 그들의 작업을 그려내기 보다는 단답형의 형식으로 짤막하게 그들의 공연에 관한 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있기에 그들을 내밀하게 알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의 장점은 시노그라퍼들의 세계를 입문하기에는 좋지만 그들의 작업 면면에 대해서 바라보기에는 다소 모호한 면이 있다. 우선 그들에 대한 인지와 함께 대표적으로 그들을 지칭하는 이는 누가 있는지에 대한 간단히 알려주면서 그들이 만든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만족해야겠다. 조금 더 이 세계에 발을 디딘다면 이 책을 필두로 다른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그들의 시작점이 어떻게 파생되고 다시 만들어지고, 활발한 시기를 거쳤는지 그 의미를 되새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