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이란-페르시아 여행기.

 책에서 '페르시아'와 '이란'은 '코리아'와 '대한민국'의 관계와 비슷하다. 페르시아는 그리스가 붙여 준 이름이고, 이란은 이란 사람들이 제 스스로를 부른 이름이다. 정치적으로나 어법상으로 '페르시아 어'보다는 '이란 어'라고 부르는 게 맞다. 그러나 '페르이사 카펫'과 '페르시아 왕자'를 '이란 카펫'이나 '이란 왕자'라고 고쳐봐야 실익이 없고 뉘앙도 살지 않는다. - p.20~21

나라와 나라사이의 국경선을 정하듯 편견없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중식 시인의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를 접하고 보니 내가 접하고자 하는 나라는 유럽권의 나라이거나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나라였다. 뉴스를 통해 내전이 일어나거나 치안이 불안정한 곳은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편견없이 최소한의 관심을 보일 수도 있는 곳이지만 어쩐지 너무 모르고 살아왔나 싶을 정도로 무지했다.

책을 접하고서야 내가 알고 있는 '페르시아'가 이란 인 것을 알았고, 이란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김중식 시인의 글을 통해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책은 여행에세이 보다는 역사기행에 가까울 정도로 고대 페르시아의 영광에 대해 잘 나타나있다. 아주 오래전에 그들의 문화가 빛을 발했던 시기를 뒤로하고 그들은 스스로 '이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좋아한다고 하니 이제는 저자의 말처럼 이란이라고 불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김중식 시인은 3년 6개월간 이란에 체류하면서 이란의 문화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닫힌 사회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문화는 우리와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아직도 이슬람 문화권의 여자들은 히잡을 쓰고 다니고 있고, 여성과 남성의 경계선이 어딘선가 늘 존재하고 있다. 기량이 좋은 선수라면 당연하게 출전하는 국제 대회 조차도 여성 무슬림은 쉬운 것이 아니라고 하니 아직도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이 많은가 보다.

우리와는 다른 불편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문화는 찬란하다. 야즈드(선사시대)를 시작으로 테헤란(현대)까지 어우리고 있다보니 이란의 역사를 쉬이 알 수 있다. 아직은 그들의 문화도 역사도 익숙하게 다가오지 않지만 시인이 걸었던 발걸음을 통해 전해지는 이 글들이 교두보가 되어 닫힌 사회라고 알려진 이란을 조금씩 알게 되는것 같다. 그들이 사는 곳은 한 번도 관광도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인지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은 '이란'에 대한 편견을 하나둘 깨뜨려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