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지만 나는 詩가 참 좋다.

마음의 창으로 바라다 본 세상과 자연을 담고 있어서 위로가 된다.

효진이 국어 선생님은 나^^

효진이 1,2,3학년 시험 준비를 할때마다 함께 재밌게 공부를 했다.

특히 詩 부분이 나오는 단락은 효진이도 참 좋아했다.

詩語들이 정말 예뻤고 무엇보다 운율이 있다보니 꼭 노래하는 듯 다가왔다.

많은 의미들을 함축하고 있지만 동시는 아이들 눈에서 바라다 본 또 다른 세상이었다.

때 묻지않고 순수한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이 시대에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처방전이 아닐까싶다.

그 처방전을 나도 기쁘게 받았다.

 

 

 

김용택 시인의 어른을 위한 토닥토닥 동시 필사 책 <내가 아주 작았을 때>이다.

김용택 시인이 직접 고른 101편의 동시들이 소개되어있다.

그 동시들만 읽어도 충분히 토닥토닥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데, 동시들을 따라 쓸 수 있도로 옆 페이지에

여백을 남겨두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동시를 읽고 그 여백들을 보니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생각이 난다.

 

좋아하는 친구와 편지를 교환하면서 우정을 쌓아갔는데 그 편지에 쓴 시들이 내 생애 처음 필사였다.

함축되어있어서 무슨 뜻인지도 몰랐지만 그 시어들이 내 마음을 전달하는데 그저 좋았다.

대학교 다닐 때 다세대 주택에 살아서 공동 우편함이 마당의 한쪽 담에 걸려있었다.

그 우편함에는 편지보다 늘 그렇듯 반갑지않은 고지서들이 많이 날라왔다.

하얀봉투만 가득했던 그 우편함이 나에게 특별함은 알록달록 편지가 들어있었다. 편지봉투가 늘 달랐다. 시가 적힌 직접 손으로 꾸민 편지봉투와 그에 어울리는 편지지 그리고 사랑스런 글씨로

적은 내 친구의 편지. 그 때가 너무 그립고 친구가 참 많이 보고싶다.

이렇듯 詩와 편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내 젊은 날의 그리움으로 기억 한 켠에 남아있다.

 

 

시간 너머를 생각하며 여백들을 채워나갔다.

추억을 싣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긁적긁적~~ 사각사각~~~~~

낯익은 詩들도 보인다. 효진이랑 공부할 때 함께 읽었던 詩가 첫 詩로 나와있다. '바람과 빈 병'(문삼석)

느낌이 새롭다. 동시를 읽고 쓰다보니 희안하게도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놀랍기도 했다. 동시를 쓴 시인분들의 나이는 이미 의미없다.

어린아이를 흉내 낸 어른들이 아니라 그 감성 자체가 어른아이들이었다.

표현한 시어들이 우습기도 하고 자연과 사물을 보며 표현한 관찰력이 뛰어나서 또 한번 놀랬다.

쓰면서 詩를 마음 속에 담으니 더 생경하면서 짠~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詩들도 엿보았다.

정말 잘 못 그리는 그림인데 나름 시와 어울림있게 그림도 한 쪽 모퉁이에 그려넣었다.

안 그릴려고 했는데 여백도 있고 허전해서 그려넣었다. 참..... 소박하다^^

그래도 詩만 덩그러니 있는것보다 좀 따스한 느낌이 든다.

 

 

적으면서 신기한 것 하나 더 발견..... 어, 이 노래가 동시였어? 하는 시들이 있었다.

초딩때 바른생활 시간에 배운 詩들과 음악 시간에 부르고 또 불렀던 노래들.

84년 MBC 창착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노을'도 동시였다니...... 많이도 흥얼거렸는데........

내 기억속에 첫 동시는 바른 생활이란 국어책에서 처음 접한 '꼬까신'이었다.

생각하니 옅은 미소가 번진다. 꽁꽁 싸메어두었던 추억들 소환~~~~~

 

 

마지막 장에는 '꼭 한번 다시 쓰고 싶은 동시' 라고 여백이 펼쳐져있다.

어렴풋이 하나씩 하나씩 생각날때마다 쓰고 싶은 내가 고른 동시들을 긁적긁적~ 채워야겠다.

'산 샘물'(권태응)은 효진이랑 함께 할 때 안 詩인데, 송송송~ 졸졸졸~~ 노래하듯 더 생각이 났다.

그리고 더 이상의 여백란이 없지만 마지막 남은 한 장의 여백란에는 어른이 되고 나서 내가 쓰는 나의

동시란 제목으로 詩를 적어 볼 생각이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김용택 시인의 <내가 아주 작았을 때>...... 아직 적지 못한 詩들도 있다.

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라 했다. 견디는 것이 힘들 때 다시 해맑게 웃음 지을 수 있는 아이로

되돌아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각사각~ 정겨운 펜 소리 들으며 시를 꾹꾹 눌러 적어보는 것도 많은 위로로 다가올 것 같다.

지금처럼..........^^

남은 여백은 아직 내가 어른이 되지 않았음이다.

한 편씩 채워갈수록 내 행복의 온기도 채워져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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