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세상에서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무서워하지만 이 책은 조카를 위해 먼저 봤다. 아직 어린아이여서 그런지 무작정 겁내기보다 호기심을 갖는게 좋아보였고 그래서 책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또한 내게는 무조건 거부부터 했던 곤충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집이 시골인데다 지은지도 꽤 지난터라 별별 벌레가 다 출현한다. 화초도 키우는 덕분에 집안에서 보기 힘든 벌레들도 보곤 한다. 죽여야 하는건지 놔둬도 괜찮은건지 통 구분을 못한다. 그런면에서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막상 책을 보니 이런 나의 건전하고 실용적인 기대는 깨졌다. 그보다는 배틀이라는 컨셉이 아주 명확한 책이었다. 마치 경기처럼 세계에서 한 성질 좀 한다는 곤충, 제법 위협적이라는 곤충, 힘 좀 쓴다는 곤충들이 모여 대진표대로 경기를 이어가는 끝에 가장 강한 곤충을 뽑는 내용이었다. 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놀랐다. 우선 싸움이라는 행위부터가 아이들이 보기에 너무 과격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은 아니어서 잘은 모르지만 이미 만화에서 충분히 싸움을 하고 주인공이 이긴다는 설정을 보았을테니 내 걱정이 옳은건지 스스로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에게 보여주기에 조심스러운 기분이 드는건 지우기 힘들었다. 곤충들은 생태계의 하단에 위치하는 생물이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저마다의 다양한 무기를 갖고 있다. 독이라거나 침이라거나 어마어마한 시야나 스피드, 힘과 같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생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병기같이 보이기도 하다. 생김새도 위협적인 것이 많고 너무 다르게 생겼다. 이미 무서운 것들이 승자를 가려내는 싸움을 한다는게 참 과격해 보인다. 그림마저 너무도 실감나고 자세해서 나조차 곤충들의 살벌한 모습을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기도 했다.

  책의 뒷면을 보니 이 책의 사용연령으로 8세에서 13세라고 되어있었다. 내가 염두한 조카는 이제 5살이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사실 8세도 괜찮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한결 안심이 되긴 했다. 강한것에 치우치기보다 책에 설명되어 있는 곤충들의 설명을 잘 읽어주면서 저마다 다름을 이야기해주면 이해할 수 있을 나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은건 아니었지만 나도 다양하고 색다른 곤충들을 보며 신기함을 느꼈던게 떠올라 그런 부분을 아이들과 이야기 할 수 있을것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 책을 친조카에게 주지는 못하게 됐지만 마침 적정 연령의 아이를 둔 친구에게 줄 생각이다. 이렇게 또다른 조카와 친구를 만날 약속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