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역사를 음식재료라는 색다른 소재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조선역사는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부분이다. 시간상 가장 가깝기도 하고 자료도 가장 많이 남아있어서 보다 정확한 사실확인이 가능하다. 하도 여기저기서 들으니 이제 알건 다 아는것도 같은데 아는 이야기는 다시 들어도 재미있고 모르는 이야기는 아직도 몰랐던게 있다는게 놀라워 신기하다. 이 책은 두가지 기분을 골고루 다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우리가 쉽게 접하고 먹는 음식이야기가 더해져서인지 좀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음식이 새삼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는다. 한 해의 시작을 함께하는 음식이어서 그런지 책에도 가장 먼저 소개되는 음식이 떡국이다. 찰지고 쫄깃한 떡의 식감을 고무같아 싫어하는 외국인도 있다는 말을 언뜻 방송에서 본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뚜렷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지만 나도 떡국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새해가 되면 떡을 되도록 골라내 안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책에는 떡국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다. 떡의 납작한 모양을 엽전에 빗대어 풍족함을 기원하는 뜻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떡을 기계로 아주 손쉽게 뽑아내기때문에 귀한줄 모르지만 생각해보니 옛날엔 모든 과정을 다 사람 손으로 했을테니 참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가래떡의 그 길쭉한 모양으로 떡을 뽑는게 참 어렵다고 한다. 새해에 떡국을 먹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 대신 넉넉하고 풍족한 새해 보내세요 라고 인사하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조랭이 떡국에 대한 설도 인상적이었다. 정치와 연관이 있었는데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릉이 두개인건 처음 알았다. 늦게라도 어느쪽이 진짜인지 밝혀질 가능성은 없는걸까.

  음식 이야기를 보면서 몰랐던걸 알게된게 생각이상으로 많았다. 하긴 내가 요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다. 경종의 죽음때처럼 역사의 큰 줄기가 바뀔때에 빼놓을 수 없는 도구로 음식이 쓰인다면 기억에 남지만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찾아보지 않는 이상 음식의 역사를 알기는 어려울것 같다. 음식이 왕실하고만 관련이 있는건 아니어서 힘들었던 서민에게 쉽고 따뜻하게 배를 채워주는 음식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슬퍼지기도 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런 음식들이 여전히 이어져 오는 것에서 우리의 역사이고 사람들 사는 모습에 공감을 더 진하게 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인식이 바뀌는것도 좋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것도 좋다. 그런데 잘못 인식된 것을 바로 잡게 되는게 가장 놀랍다. 대표적인게 내게는 탕평채이다. 지금은 한정식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이고 왕이 신하들에게 하사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왕실 기록엔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다고한다. 송인명이 상점을 지나다가 탕평채 파는 소리를 듣고 고민끝에 왕에게 상소를 올렸는데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왕이 이를 받아들여 탕평책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지금처럼 와전된건지 이젠 이게 궁금해졌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라도 바르게 역사를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음식은 소재이고 주제는 조선의 역사이다. 당연히 역사이야기가 가득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어쨌거나 그때의 사람들과 지금 우리가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게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고 입에 안맞는 음식이 갑자기 맛있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아무런 애정없던 식재료가 한결 가깝게 다가왔다. 음식도 우리 문화이고 잘 지켜서 전해줘야 할 자산이라는게 실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