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엉뚱해>는 <까트린 이야기>에서 <발레 소녀 카트린>이 되었다가 다시 제목을 바꾼 것이다. 이 중 작품 내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당연히 <우리 아빠는 엉뚱해>이다. 카뜨린은 아빠와 함께 프랑스에서 사는 소녀이다. 엄마는 미국인 무용수이며 향수병 때문에 미국에 가 있는 상태이다. 어린 나이에 여자 아이가 엄마 없이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카뜨린은 전혀 구김살 없이 산다. 물론 아빠의 따뜻한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아빠는 엉뚱해>의 아빠는 정말 엉뚱하다. 어린 카뜨린의 눈에는 직업도 어떤 일인지 확실해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 물건을 사들였다가 파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또한 그것이 합법적인지 불법적인지조차. 아빠는 카스트라드라는 학교 선생님 출신이며 시인인 잔소리꾼 아저씨와 동업을 한다. 늘 문법과 관련하여 카뜨린의 잔소릴하는 사람이다.

작품 속에는 몇몇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아빠와 카뜨린이 같이 안경을 벗고 흐릿한 풍경을 본다든가, 무용학원 친구의 칵테일 파티에 초대받아 허세를 부리는 아빠의 모습, 아침이면 서로 면도 거품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든가, 카스트라드와 일부러 멀리 식당에서 자리를 잡는 등의 장면들은 인상 깊다. 그 중 특히 안경을 벗고 저울에 올라가거나 경치를 보는 모습을 무언가 흐릿한, 경계가 불분명한 시야를 갖는 것은 인상 깊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는 것이 아마 안경을 벗고 흐릿한 시야로 그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이리라.

<우리 아빠는 엉뚱해>는 그런 어린 시절의 따스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긍정적인 작품이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상뻬의 그림이 어우러져 곁에 두고 자주 찾아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