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이야기>는 웃으면서 읽어 내려가다가 무언가 가슴이 먹먹하게 하며 책장을 덮은 작품이다. 주인공 소년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가 어린 시절이 떠올라 빙긋 웃게 만들다가 좀머 씨의 죽음에 이르러서는 서글픈 생각이 들게 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린 '나'의 성장기로 볼 수 있는데,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사건-풍겔 선생님의 피아노 수업에 늦은-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이 부정적이고 야비하게 보여 어린 나이에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하려는 그 순간 좀머 씨를 보며 다시 생에 대한 욕구를 느낀 이후 좀머 씨의 가장 인상 깊었던 말 한마디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를 지켜주기 위해 그의 죽음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았던 약속의 기록이라고 할까. 좀머 씨는 죽음(또는 죽음과도 같은 삶)을 피하기 위해 끊임 없이 걸어야했고, 그런 그를 보며 죽으려고 했던 자신을 반성한 주인공이 아이러니하게도 좀머 씨가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왜 좀머 씨는 끊임 없이 걸어야만 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당연히 드는 의문이다. 시대적 배경처럼 전쟁이 준 정신적 상처가 트라우마가 된 것일까, 아니면 작품 속 인물들이 말한 것처럼 폐쇄 공포증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계속 움직여야 하는 희귀병이라도 걸린 것일까.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책 표지 안쪽에 있는 작가 소개로 보았을 때, 쥐스킨트의 작가적인 면이 좀머 씨의 모습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글을 쓰는 행위는 좀머 씨가 끊임 없이 걷는 것이요,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향한 이 세상의 시선과 관심에 대해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라고 하는 것 같다. 계속 글을 향해 걸어가면서. 그러면서도 글 곳곳에 숨어있는 재기발랄한 모습을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도 같은 느낌이 들고. 역시 상뻬의 그림과 어울려 따뜻한 느낌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바쁜 일상에 지쳐 있을 때, 한두 시간 정도 시간내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