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고려대학교 교수 121명이 인문학의 위기라는 '인문학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산업화와 근대화라는 당면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IMF와 카드 대란, 금융위기 등과 같은 불황시대에 취업이나 스펙형성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인문학 보다는 실용학문에 사람들이 주목하고 매달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인문학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이를 통해 세계 학문의 패러다임은 물론, 이를 기점으로 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의 큰 틀을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 이끌어오는데 인문학적 지식을 사용해 왔다고 본다.

잡스 역시 인문학을 중시하였으며, 그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은 과거 그가 Guru를 탐구하며 얻은 과정에서 깨달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인문학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그 수준을 높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수준까지는 실용학문보다 쉬워보이지만, 특정 수준을 지나면 실용학문보다 훨씬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그래서 저자는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현대 이전과 이후의 철학, 글로벌 이슈 등 7개의 카테고리로 선정하여 이에 대한 총론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의 인문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여 이해를 돕기 위해 쓴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서 책 제목도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으로 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부류의 책에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일단, 지나치게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쓰려다보니 깊은 내용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이래서야 교과서를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한, 인문학이라 통칭하면서 죄다 서양의 역사, 회화, 문학, 철학, 심리학에 대한 부분만 언급하고 있다. 동양, 특히 우리나라의 철학이나 역사, 회화도 '인문학'이 아니던가.

오히려 글로벌 시대에 상대의 역사와 배경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뿌리를 아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대상 독자를 분명히 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 있다.

인문학에 대한 소개가 목적이라면 청소년~대학생들이 우선시 되어야할텐데, 그렇다면 조금 더 흥미있는 내용과 예시, 비유법이 있었다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넣으려고 하다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조금 딱딱한 것도 아쉽다.

이런 책을 쓰려면 저자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하는지, 얼마나 많은 상식을 쌓아야하는지 필자로서는 어림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고, 소에게 왕희지의 글씨를 보여준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가 있겠는가...

조금 더 독자층을 명확히 하고, 이에 맞춘 수준의 표현과 설명으로 동/서양 혹은 한국의 내용과 함께 대비,비교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