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 붙은 십승지란 정감록에서 말하는 '생명을 보전할 수 있는 곳'이라 한다. 살기 좋은 곳이란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변치않고 추구하는 행복이나 사랑이라는 가치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살기 좋은 곳에 대한 개념도 통하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정감록에서 이른 살기좋은 땅이라고 소문난 10군데 마을을 찾아나선다. 예전과 달라서 평화로운 마을 살기좋은 마을의 기준은 분명 바뀌었지만, 이를 통해서 우리 조상들이 꿈꾸었던 행복하고 편안한 삶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시대를 떠나서 우리 인간에게 아늑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가 있음을 다시 증명해 보인다. 

  십승지 마을들은 놀랍게도 정확한 지명이 있다. 무릉도원처럼 찾을 수 없는 곳이 아니라, 정확히 현실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저자가 찾아간 십승지 마을에 정감록을 믿고 이주를 감행했던 조상들이 후손들이 현재까지 살면서 그 역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조선시대에 변방에 해당하여 전쟁에 시달리던 북쪽지방에서 자손을 번성할 수 있는 최고의 택지를 찾아 내려온 사람들이 그 조상들이다.

  이제는 500년 넘게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는 터주대감격인 주민들이 정감록만 믿고 먼 땅을 찾아나섰으며 이주시 가져온 자신들의 문화를 그 곳에서 지키고 일구고 살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영주 풍기가 인삼과 명주로 유명해진 것이 이북에서 하던 생업을 이곳에서 시작한 그들 때문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책은 열 군데의 정감록에 쓰인 마을들에 지금은 사람들이 어찌 살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정감록을 믿고 찾아들 당시에는 첩첩산중이어서 몸을 숨기기 좋았던 마을이 이제는 도로변으로 바뀐 곳도 있다. 하지만 그 곳이 살기 좋은 곳이란 믿음은 지금도 꿋꿋이 전해져 오고 있다. 전쟁을 빗겨간 곳도 있고, 조광조나 김구같은 이가 몸을 숨겨 목숨을 구한 곳도 있어 그 이유가 될만한구한 이야기들도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상들이 택한 그 곳을 살기 좋은 땅이라 믿고 자연과 벗하며 살아온 그 정신들이 살기좋은 땅을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이제는 개발을 빗겨간 문명에서 벗어난 그 마을들에 현대문명으로 부터 벗어나 힐링하고자 하는 이들이 찾아든다 하니 정감록이 과연 신통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