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상하게 책을 고른다. 이 책은 '색연필 그림', '고양이', 이 두 단어 때문에 읽고 싶어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섣불리 함께 할 용기도 나지 않지만, 고양이나 개 등 주변의 반려동물들을 보면 관심이 간다.

  이 책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이자 고양이 집사가 병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자신의 고양이 초지로와의 이야기를 쓴 글이다. 자신의 주인보다 120년이나 더 살다간 찰스 다윈의 거북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반려동물들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다. 반려동물을 들일 적에 살아생전에 반려동물의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작가는 초지로와 라쿠, 고양이 남매를 입양하던 때부터 시간 순서대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고양이 남매와 함께 하던 집에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가 고양이 남매와 친근하게 지내면서 완연한 가족이 되어 생활하게 된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어느 날, 초지로에게 종양이 생기면서 작가는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행복한 시기보다는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더 많이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종양이 발견되고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서 고양이 집사는 안절부절한다. 수술을 하더라도 예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결국 수술을 하지 않고 불편과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최후의 나날들을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이제 매일 초지로를 지켜보고 살피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이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초조한 나날들이 계속된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식구의 죽음을 준비하듯이 고양이 집사는 바구니를 준비하고, 장례식 등에 대해 미리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불길하게도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초지로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초지로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들 만큼, 떠나는 초지로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은 집사의 마음이 드러나면서 함께 하는 독자들의 마음도 숙연해진다. 진정 한식구로 인정받고 있음을 초지로는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고통을 감내하며 조용히 떠날 날을 기다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반려동물에 대한 최후의 순간까지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버려진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려올 때, 그들에게는 왜 행복한 순간만 사랑이었던가 생각해보곤 하는데, 이런 책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주리라 생각한다.

  색연필 그림과 고양이는 잘 어울렸다. 음영이 거의 없는 평면적이고 간결한 그림인데, 그래서인지 더 순수하고 솔직해 보이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