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이라는 말이 청소년들의 반항을 비호해주는 사회적인 약속처럼 쓰이고 있는 현실이다.  중2라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반항을 해야 정상적인 성장궤도를 걷고 있는 것처럼 여기고 중2의 예측불가능한 반항을 소재로 한 유머까지 생겨날 정도다. 혈기왕성한 중2 들의 반항을 세상을 향한 생애 최초의 모험 에너지로 바꿔버린 시도가 이 책이다.

  여섯 명의 중2를 데리고 자칭 무수리 퀸 선생님이 유럽여행을 감행한다. 워낙에 아이들의 진로에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선생님이라서 아이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시도한 여행이었겠지만 그 시도 자체로도 그녀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배낭여행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도 한 몫 했으리라.

  이 책의 방식은 단순하다. 여섯 아이들이 각기 자신의 입장에서 여행기를 쓴다.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본 아이들의 여행기는 분명 똑같을 수는 없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같은 여행코스를 여섯 번 읽어야 하는 점이 이 책의 약점이다.

  시도는 좋지만 역시 중2 학생들이 멋진 책의 저자가 되기에는 무리였나 싶다. 아이들은 여행지에서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하는 듯하고, 음식이야기에만 열중하고, 서로를 놀리는데 시간을 낭비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여행에 관한 멋진 책은 넘쳐난다. 그리고 그 책의 저자들은 전문가들이다. 딱 중 2의 눈높이에서 그 책들이 어떤 재미가 있을까 생각하면 이 책은 나름 의미가 있겠다.

  이 책의 저자가 된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큰 의미가 있을 것은 당연하다. 부모님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여행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스스로 꾸려가는 여행으로 넓은 세상을 만난 것이다. 같은 여행에서 모두가 다른 여행기를 쓰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각자의 관심과 능력이 분명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여느 방학처럼 학원에서 어딘지모를 목표를 향해, 하기 싫은 공부를 강요당하는 나날보다 분명 몸은 더 고달팠겠지만, 반항으로 탕진할 에너지들을 인생을 바꿀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비축하는 멋진 시간을 얻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들에게는 다시 세계 속을 탐험하고 싶다는 다음 모험을 향한 꿈이 생겼으니까!

  이 책은 유사한 여행을 시도할 다른 독자들을 위해 여행에 필요한 경비, 여행 팁 등등까지 모두 적어두고 있다. 물론 아무나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비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