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가 국내 시장에서 일본 미스터리물의 선봉자라면, 우타노 쇼고는 꽤 매력적인 후발주자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이후 별다른 작품이 소개되지 않아 아쉬워했던 것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최근 들어 부쩍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첫만남 탓인지 우타노 쇼고 하면 서술트릭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간 우타노 쇼고의 몇몇 작품을 접하며 서술트릭이나 기교적인 면보다는 적당히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면이 우타노 쇼고의 장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의 혹평에 힘입어 최근 후속편이 소개된 이 작품 『밀실살인게임』도 그런 점에서 우타노 쇼고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광인, 044APD, aXe, 쟌가 군, 반도젠 교수. 얼핏 보기엔 무슨 의미를 담은 것인지도 잘 알아차릴 수 없는 독특한 닉네임을 가진 다섯 사람이 있다. 닉네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다섯 사람은 온라인을 통해 알고 지낸다. 하지만 단순히 공통의 관심사 혹은 취미를 가진 모임이라기보다는, 추리게임 그것도 직접 범행을 저질러 나머지 네 사람에게 문제를 제시하는 살인 추리게임을 한다. 서로에 대해서는 닉네임 외에는 정보가 없고, 모두 한 번 이상씩 살인을 저질렀기에 서로를 신고할 위험이 극히 낮은 상황 속에서 이들은 때로는 서로의 트릭을 밝혀내기 위해 치열한 두뇌 게임을 벌인다. 조금씩 강도가 높아지는 게임. 범인이 누구냐보다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춰 이 섬뜩한 게임은 계속되어간다.

  일단 『밀실살인게임』은 '도덕' 혹은 '윤리'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이 누군가가 죽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초점은 범행 자체를 즐기는 데 있다기보다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 있다. 뛰어난 탐정 혹은 형사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암묵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밀실살인게임』은 다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에게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때마침 '적당한 희생자'가 있어서 죽인 것에 불과하다. 애초에 그들의 범행은 원한이나 애정, 금전문제 같은 일반적인 동기에서 벗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술술 읽힘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책이다. 철저하게 소설적인 전개지만, 그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일어나는 요즘이니 이런 이들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도 어렵다. 윤리를 내려놓고 재미만 본다면야 적당히 완급의 조절도 이뤄지고 있고, 트릭 자체도 어느 정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어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우타노 쇼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시니컬함과 유머러스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이 다섯 명의 게임은 일단락된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인 "To Be continued"처럼 이 책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 속에서 밀실, 미싱링크, 알리바이 트릭 등 다양한 트릭을 선보인 『밀실살인게임』.그저 이야기를 즐기고, 퀴즈를 풀어간다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책.  이어지는 『밀실살인게임 2.0』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