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뚝딱 스케치> 책 제목을 보고서 갑자기 눈이 커졌다. 3분 만에 스케치를 할 수 있다니. 내게는 꿈 같은 이야기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지독히 못 그렸다. 학창시절 미술점수는 늘 최하점이었고, 지금도 그 형편없는 그림 실력은 그대로다. 그런데 '손재가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다'는 카피문구가 날 유혹했다.

저자는 스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다. 스케치의 장점과 특징들, 그리고 스케치를 잘 하기 위해서는 선과 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하면서 선과 원을 연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물에는 선이 없고 모두 면으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선은 하나의 기호라는 설명은 참 독특한 발상이라 생각되었다. 몇가지 스케치에 대한 설명을 덧 붙힌 후에 본격적으로 스케치를 하기 위한 요령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책 제목은 3분 스케치지만 -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 왠지 다른 미술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다. 그림을 그리는 요령을 알려주는데, 단지 좀 더 쉽고 빠르게 스케치하는 요령을 가르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어차피 스케치는 그림의 기본이기 때문에, 모든 미술책은 스케치하는 법부터 가르쳐주고 있지 않는가? 아마도 다른 일반 미술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의 준비작업이 아닌 스케치 그 자체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과, 빠른 스케치를 하기 위한 저자의 노하우들이 있다는 정도 일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처음부터 허황된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아침에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그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연습하지 않고, 그냥 책 한 권 뚝딱 읽고서 스케치가 될 리가 있겠는가? (물론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아마 나도 그리는 연습을 하게 되면, 정말 5분 이내로 스케치를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스케치하는 원리와 요령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수확이다. 집에 아내와 딸 아이가 보았던 미술 책 몇 권이 있는데, 미술에 소질이 없어 책을 펼쳐볼 생각도 안 했는데,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그림은 이렇게 그리면 되겠구나 라는 정도는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아마도 나같이 그림을 아주 못 그리는 사람에게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해주고,  그림을 곧잘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스케치에 대한 노하우들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에 취미가 있는 사람에게는 꽤 유익한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