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누이는 냄새가 고약한 생선 더미에서 태어났다. 교회에서 양육비가 끊기자 무두장이에게 팔려 갔다. 그 때도 늘 고약한 냄새는 그르누이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본인은 그 사실을 더 좋아했지만. 향수가게로 배달을 가게 되고 그 곳에서 타고난 후각을 인정 받아 일하게 된다. 그르누이는 냄새를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하고 완벽한 향수를 만들기 위해 25명의 아름다운 처녀를 죄책감 없이 죽이지만 정작 본인은 어떤 냄새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한 때는 인간의 냄새가 혐오스러워 피해다니기도 하고 숨어 살기도 했지만 결국은 인간의 냄새가 가장 좋은 향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순탄하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을 끈질기게 견뎌내면서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게 된다. 결국은 향수로 세상을 자신 발 아래 두지만 또 그 향수를 이용해 자살 아닌 자살을 한다. 처음에는 그르누이에게 세상을 향한 문이였던 냄새가 나중에는 세상을 등지게 만들기도 하고 끝이 없는 욕망의 대상이 되어 세상을 미치게 만들고 스스로도 파멸하게 만든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한 번 뿌리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향수가 있다면 .. 평소에 흠모하던 사람을 찾아가 날 향해 뜨거운 구애를 펼치는 모습을 즐겨줘야 하나.. 처음에는 좋을 수도 있겠다. 적당히 즐기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내가 아닌 나에게 덧입혀진 허상을 향한 것이라는 지각이 들면.... 씁쓸해서 다시는 그 향수에 손이 가질 않을 듯하다. 사랑 받아 좋은 것은 그 대상이 나이기 때문이라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숙취해소음료 광고 같다. 술에 취해, 향수에 취해 폭탄이 킹카, 퀸카로 보이는. 그런다고 폭탄이 킹카, 퀸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르누이는 그르누이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