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책 읽는 가족>에서 선물해준 책인데 책꽂이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책읽는 가족은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가족문구라는 말처럼 부모들의 추억을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고, 
아이들은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동화로 만나 가족이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는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아홉편의 단편 동화중 <옥수수빵>과, < 아침 햇살 오르거든>은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수록
되어 있다고 한다. 

꽃보다 별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이야기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누구는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잎을 보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또 다른 누구는 반짝이는 별빛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지요.
하지만 꽃보다 별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가 있습니다.  친구를 골려 주려다가도 
마음에 걸려 잠을 못 이루고,  좋아하는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비바람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들기도 하며,  마라톤 결승점을 앞에 두고 경쟁 상대와
어깨동무를 할 줄 아는 아이들,  자장면 한 그릇에도 마냥 행복해지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꽃보다 별보다,  세상 어느 것보다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내속에,  내 친구의 마음 속에 꼭꼭 감춰진 아름다움을 찾아보세요.

책의 소개글속에 실린 단편 모두를 요약되어 있어 옮겨본다. 

나는 <자장면>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사람들이 반편이라 불리는 김씨는 어릴적 눈을 다쳐 한쪽눈을 실명하고, 이웃 마을에 살다 스무 살에 김씨에게
시집온 아내는 벙어리이다. 
아들 우혁이와 세가족이 고추 농사를 짓고사는 김씨는 서른여섯해 동안 바깥 세상구경은한차례 삼십여 리 떨어진 
읍내를 나가본게 전부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난게 시루떡인줄 알고 쿠리수마수(크리스마스)는 김씨가 알고 있는 말 가운데 가장 유식한 말로
생각되고 그 말을 쓴 자신이 어쩐지 높은 사람이 된 듯 느끼는 정말로 순박한 사람이다. 
동네 사람들은 손재주 있는 김씨를 무엇이든 고장이 나면 찾았고,  어느날 벌에 쏘인 이웃집 이씨를 병원에 데리
고 가는일로 김씨는 읍내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잠시 실신했던 이씨가 멀쩡히 일어나 사준 자장면 꼽배기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시루떡에서 자장면으로
바꾸게 했고,  크리스마스날 온가족이 자장면 외식을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크리스마스날 어렵사리 찾은 북경반점은 ’금일휴업’중이지만 읍내를 뒤져 기어코 찾은 작은 중국집에서 먹은
자장면을 배불리 먹으니 그 동안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고 영원이 잊지 못할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생각하며 꿈 같은 하루를 떠올리며 입가에 잔잔한 웃을을 짓는거로 끝을 맺는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마치고 집에 올때면 아버지는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사주셨다. 
500원 하던 그때의 자장면은 김씨처럼 세상에서 제일 맛나는 음식같았고,  운동회처럼 큰 행사가 아니고서는
맛볼수 없는 별미였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자장면을 맛나게 먹는다.  그때 그 맛은 잊었지만 자장면으로 연결되는 옛 추억 때문인지
우리 가족 머리 맞대고 입가에 시꺼멓게 묻혀가며 젖가락에 둘둘 말아먹던 그  기억만은 잊을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