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은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가족문고로 아이와 엄마, 아빠가 돌려 가며 읽은 다음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 마당을 펼치길 원한다.
이 책은 오미경작가의 첫 작품집으로 오래된 나무와 오래 산 노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들은 절절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서글프게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과연 그렇게 사라져도 
괜찮은지를 묻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열 한편의 단편 동화로 엮어진 이 글을 읽는 내내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가슴 한켠이 즈끈거리고 
눈물이 난다. 
최근 읽은 동화들이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내 어린시절과 닮은 추억을 끄집어 내서인지 요며칠 내내 우리동네,
우리집, 은행나무,  향교와,  소먹이러 가던 뒷산이며 엎드려 숙제하던 넓적바위들이 떠오른다. 

< 제비집 >은 여름이면 댐이 들어서고 물에 잠겨버릴 매화골 할머니의 이야기다. 
처마밑에 집을 짓는 제비를 쫓으며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이 아프다.
"이 늙은이가 야속해두 하는 수 없어.  어여 다른 데루가.  자식 잃는 맴이야 니 맴이나 내 맴이나 다 한 맴 아니
겄냐?"  50년전 전쟁으로 실종된 아들이 돌아올 고향이 사라지는것이 안타까워 떠나지 못하는 할머니를 보며
우리 외할머니를 떠올린다. 
2년전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 집도 상류에 댐이 생기는 강가에 집이 있어서 보상도 받았지만 돌아가실
그날 까지 짐을 들어내지 못하셨다.  청상으로 혼자되셔서 마련하신 집에서 육남매 혼자 키우신 곳을
쉬이 떠나지 못해 하셨는데, 아직도 그곳은 이웃집들 다 뜯어내 횡한곳에 뎅그라니 홀로 서있다. 

<기름병소동> 에는 내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르게 한다. 
마루바닥  광을 낸다고 기름칠을 해서 고소한 기름내가 나고 반짝이고 미끌거리던 교실을 주루룩 미끄럼 타던
시절도 있었고,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다고 책상위에 무릎 꿇고 앉아 솔잎 입을 물고 있던 기억과
가져간 사람도 나쁘지만 친구를 의심하게 한 잃어버린 사람이 나쁘다며 훈시하시던 선생님의 기억까지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지... 밥상에 차려진 밥 한그릇에 고추장 한종지를 보며 기름 한방울만 넣어면 입맛이 당
길것 같다는 할머니의 군소리에 들기름 한병을 가방에 넣은 소녀의 이야기에 눈물이 난다. 
그때는 왜 그리도 가난했는지.... 

<외할머니와 접시꽃> 할머니는  우리 외할머니를 꼭 빼다 닮아서 더욱 그립게 한다. 
이웃집 젖먹이두고 간 애기 엄마보며,  우리아이들 젖때기 까지는 살게 해달라고 비셨고, 젖멕여 키우고나니
에미도 없이 입학할 애들 생각하니 가여워 꼭 살어야겠다 빌고,  혼자되서 자식들 시집 장가 보낼때 까지만
살게 해달라 비셨다는데,  우리 외할머니도 그러셨다.  
외손녀 시집가는걸 보고 싶어 하셨고,  증손자 낳는걸 원하시더니 키워도 주셨고,  며느리 일찍 여의고 혼자 된
아들대신 고이 키운 친손자 대학보내고 장가가는걸 보시고 싶어하시더니,  그 소원 못이루시고 가시며
어찌 눈인들 제대로 감으셨을까?
책에서는 단단히 여문 접시꽃 씨앗 안에 외할머니가 들어있다는데,  나의 외할머니는 꿈에서조차 오시질 
않으신다. 

<송아지> 밭 갈어주고 논 갈어 주고,  해마다 꼬박꼬박 송아지 낳아 자식들 공부 시켜준 한 식구같은 누렁이를 
사료값 많이 들고 파리떼 극성스레 꼬인다고 내다 팔 수 없는 할아버지는 우리 아버지 마음이다. 
물려받은 재산없이 건강한 몸 하나 믿고 사셨던 아버지는 처음 우리집에 송아지 한마리 끌어다 매시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침이면 이슬이 걷히기도 전에 풀베다 넣어주었고,  겨울에는 짚단 곱게 쓸고 건초넣어 
소죽을 끓여 마구에 넣어주며 콧등을 쓸어주었었다. 
학교에 갔다오면 동네 오빠들 따라 소몰고 나가는것도 일과였는데,  넓은 바위위에 책이랑 공책 펼치고 숙제
하다 송아지 잃을뻔 한날 온 동네가 햇불들고 찾아나섰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소팔고 병난 할아버지도,  컴퓨터 나중에 사도 된다고 누렁이가 낳은 송아지 사오자는 손자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것 같다.

동화속에는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고 있다. 
이 동화에는 자연과 사람이 따로 따로가 아니라 오랜 세월 어우러져 살아온 삶을 이야기 한다. 
작가가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그 삶들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나도 나의 삶과,  어머니, 아버지의 삶을
내 아이들에게 전해야 겠다.
올 겨울 방학에는 생고구마 도 깍아보고,  군고구마도 익혀 우리나라 전래동화 보다 더 재미났던, 내 
어린시절 추억들을 하나씩 까서 아이들에게 소근 소근 얘기해주면 좋아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