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서점에서 꽤 인기 서적으로 순위에 있었던 책, <장사의 신>

뻔한 스토리와 개인이 깨달은 경영 철학을 적은 책에 지나지 않을 거라 여겼고, 자기 개발서와 같이 취급하여 관심이 없었다. 트래블리에서 다루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영 접하지 않았을 수도..

(어쩌면 트래블리에서의 몇 달동안 내 생각이 바뀌어서 일 수도 있지만) 우노 다카시의 생각을 듣고 옆에서 충고 받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1. 왠지 많이 들어본 (혹은 읽어본) 말들인데, 적어두고 싶었던 몇 가지가 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다 여겨지는 5가지' - 영업하는 가게에서 직원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경영에서 SWOT 분석, 마케팅 4P 전략 등 직원 교육할 때 꼭 들어가는 경영 관련 분석이나 전략 같은 느낌이나, 이를 '내 삶에 가장 중요한 5가지'부터 '인생 짝꿍을 고를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5가지' 등등으로 바꿔보니 나의 방향성을 정하는 기준이 되더라. 매일매일 우리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데, 그 선택의 기준이 흔들리면 인생이 참 피곤하다. (특히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나로서는) 순위를 매길 수도 5개만을 고르기도 참 어렵지만, 막상 선택을 하고 나면, 그다음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건 사실이니까.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그 사람들에게 아이디어 파일을 갖게 하는 것도 경영자로서 중요하다' - 꼭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선배' 혹은 '팀 리더'가 되면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다. 언젠가 가장 나쁜 리더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리더이고 가장 좋은 리더는 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라는 그래프를 보며 격하게 동의했던 적이 있다. 애초에 혼자 End to End를 다 해낼게 아니라면, 일도 나눠주고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리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자의 기준과 방향을 세워서 서로 의견 조율도 하고 보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제일 좋은 관계 (꼭 직장이 아니더라도)라 생각한다.

#2. 나도 그동안 많은 세뇌를 받았던 것일까? 회사에서 일이 힘들다고 하면, 어른들은 농담 삼아 "일이 재밌으면 돈 내고 다녀야지 왜 받고 다니겠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장사는 내 적성에도 안 맞고 잘 되는 가게를 만들려면 가게에만 올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꿈꾸는 공간은... 책 보는 서점이 있다. 물론 이미 내가 생각하던 공간이 하나씩 생겨나고 있긴 하더라.. 단순히 큰 책상 혹은 카페와 같은 공간에서 책 보는 것 말고, 약간의 독립적인 방이 있고 그 안에서 정말 편하게 누워서 책을 읽거나 노래를 틀어두고 있거나 읽다 자거나 등등. 가끔 휴가 하루 내고 서울 싼 호텔에서 쉬는 사람들처럼, 현실을 마주하지 않고 (방을 안 치워도 되고, 할 일이 보이지도 않는) 편하게 책을 읽는 공간을 갖고 싶다.

우노 다카시는 돈이 잘 벌리는 일보다 본인이 정말 재미있다 느끼는 일을 하라고 한다. 그래야 손님을 즐겁게 할 수 있고 다시 지인을 데리고 찾아올 수 있는 가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프로세스가 갖춰진 대형 회사나 매장이 아닌, 작은 이자카야 같은 곳에서 가능한 제안들이지만,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마음에 염두에 둬야 할,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고객을 앞단에 두는 그의 원칙을 읽을 수 있다.

#3. 가게에 가면 주인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조용히 할 일 하고 나름 즐기고 나오는 것을 선호하는 편. 특별한 접객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 년 전, 경주에 한옥집에서 하루 묶었던 적이 있다. 전통 한옥집을 옮겨와 재현한 집이었고, 자손이 유지하며 숙박업을 함께 하는 작가의 집이었다. 집 주변 뒷산과 대나무 숲이 있는 예스러운 집이라 하룻밤 지내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을 텐데, 손님들을 마치 친척들이 온 것처럼 대해주고 이런저런 먹거리와 함께 사람 사는 얘기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내 개인 고민과 얘기를 듣고 본인 책에 내게 해주는 얘기와 함께 멋진 서명을 해주셨기에.. 더 기억이 남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적극적인 주인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행동이 고객의 기억 속에 각인되고 다시 방문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은 틀림없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는 주인이 결정하지만, 기억에 남도록 한다는 것만큼은 우노 다카시의 중요한 철학으로 여러 번 소개가 된다.

#4. 사람을 만날 때, 부정적인 말투나 사고가 짙은 사람은 처음에는 가깝더라도 나중에 결국 멀리하는 편이다. 나도 모르게 왠지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아 피하는 본능이랄까. 우노 다카시는 정말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났다기 보다, 본래 그런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저런 사람이 장사를 한다면, 나라도 할 수 있겠다'라는 마인드는 보통의 긍정 마인드로는 쉽게 가지지 못할듯하다.

사람마다 개개인의 성향이 있겠지만, 짜증과 화가 날 때 나는 주로 역지사지 마인드 세팅을 주로 사용한다. 상대방이 왜 저러는지 혹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의 사고를 곰곰이 추측하다 보면,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분노나 화가 조금 가라앉고 '끝내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

**p.s

트래블리의 여러 책을 읽으면서 기획자, 디자인 해결사(?), 장사의 신 등 여러 분야의 성공한( 혹은 성공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solution 혹은 Life style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또 본인의 노하우를 나누는 분들이었다.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알고 있던 개념에 대해서도 새로이 정의해보는 재밌는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얘기들을 나눈 트레바리 그리고 트래블리팀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