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접하는 (무게가) 가벼운 책이었다. '너무 두껍지도 않고, 글씨도 적당히 큼직큼직하고. 단지, 그림이 거의 없을 뿐....'

이라고 생각했던건 큰 오산이었다. 요새 쉬이 집어들지 않는 경영 관련 서적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읽어야 하는 '목적'이 있기에 그랬을까. 가벼운건 책 무게일뿐 내용은 꽤 무겁고 어렵게 다가왔다. 집중해서 쉼 없이 한 번 읽고 책을 덮었음에도 내용이 잘 와닿지 않았고 제목과 매칭이 잘 안되었다. 그래서 같은 작가의 이전 책을 조금 읽어보고 다시 돌아와 읽어보았다.

마스다 무네아키. TSUTAYA 매장을 처음 열고 지금은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 (CCC)의 사장 겸 최고 경영자.

일본 문화와 트렌드에 아직 눈을 뜨지 않아 잘 모르는 분이었다. 그 분이 대단한 기획자 겸 경영자라는 점도, 츠타야 서점이 일본에서 어떤 의미인지도, 게다가 다이칸야마 서점이 갖는 의미 등등에대해 체감 감도가 매우 낮았기에... 마스다씨의 생각과 철학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일본에 새롭게 관심을 갖다보니 기존에 무심히 넘어갔던 것들이 하나씩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에 여행가서 기회가 닿으면 서점에 꼭 들어가서 구경하고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무심코 너무 멋진 서점을 보았고 (심지어 한 가운데 동그랗게 스타벅스가 자리잡고 있었고) 이끌리듯 들어가 언어도 모르는데 서점에 몇 시간동안 머물렀던 곳이 츠타야 서점이었으며, 애니매이션 '너의 이름은'에서 지나가듯 '츠타야 서점'을 말하자 혼자 괜히 반가웠다.

다시 책을 읽어보았을 때는 새삼 그가 새로운 일을 도입하거나 고민한 시점 (혹은 연도)가 눈에 들어왔다.

- 2003년 공통 포인트 'T 포인트' 개시

- 2011년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과 '다이칸야마 T-SITE' 개점

- 2013년 사가 현 다케오 시의 시립도서관의 지정 관리자로써 새로운 도서관 서비스를 개시

살짝 앞선 그의 기획력 결과물들을 인지하고 다시 책의 목차를 보니, 내가 다 읽고도 찾지 못했던 이 책의 논지가 조금 보이려고 한다.

기 起 . 디자이너만이 살아 남는다.

승 承 . 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전 轉 . 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

결 結 . 회사의 형태는 메시지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을 남겨보면...

#1. 물질의 풍족과 나날이 새로운 형태의 경쟁 상대가 나타나는 요즘을 'Third stage'로 부르며 디자인을 중시해야할 단계라고 이야기 하고.'제안 능력'을 갖춰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 필요함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생활하는 장소는 서드 스테이지,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다. 제안은 가시화 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디자인, 극러니까 제안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또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중략) CCC의 중심적 철학은 앞에서 예로 든 '고객 가치'와 이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두가지 단순한 키워드로 요악된다."  (50-51page) 

#2.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68page)

    "그래서 CCC는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그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했다." (69page)

#3. "휴먼 스케일의 조직은 다르다. 그곳에서는 사원들이 병렬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모든 조직원이 '상하-부하' 관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동료'다. 동료이기 때문에 동일한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당연히 고객이다. 눈앞에는 항상 고객이 존재한다. 그렇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고객 가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 각자 자유롭게 구상하면서 클라우드적으로 기획을 실현해 나간다." (137page)

<지적 자본론>

흔한 말로 '기획력,. 덧붙이면 '고객을 우선 순위에 두고 그들이 이 시대에 진정 원하는 것을 똑똑하게 그리고 감성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제안 능력'을 갖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기를 제안하는 책이라고 비로소 결론을 내본다.

나에겐 이상하리만큼 어려운 책이었고 시간도 많이 투자한 책이었다. 하지만 고마운 부분은 그의 경영 철학이나 사고를 엿보면서, 스스로 만든 한정적인 사고 범위를 앞으로 조금씩 늘려볼 용기가 생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