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일제 식민사관에서는 흔히 고종을 ’암약한 혼돈의 군주’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쉽게 말하자면 머리가 나쁘고,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해서 우왕자왕하는 군주라는 뜻이다. 그래서 일본의 식민통치가 조선을 구원해준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겠지....ㅉㅉ

이 책은 서울대 이태진 교수의 <고종시대의 재조명>과 이태진 교수가 간행한(원 저자는 고 김대준 교수로 미발간의 박사논문) <고종시대의 국가재정연구>를 둘러싸고, 식민지 근대화론자(일본의 조선 식민지 경영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고 주장하는 안병직 계열의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 요즘은 뉴라이트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대부분은 이 계열이다)들과 벌인 논쟁의 정리이다.

그러니까 요점은 조선은 충분히 자체적으로 자본주의적 근대화를 할 수 있었는가(한편으로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근대 시기에 추진해야 하는 유일의 선인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아니면 소위 고종의 개혁이란 그저 성리학적 세계관에 묶여 있는 봉건군주의 황제만 살아남기 위한 울타리 만들기었는가를 둘러싼 논쟁이다. 그 논쟁 과정에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꼭 필요했는가서부터, 근대화는 무엇인가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도 제기된다. 

대한제국기를 연구하는 국내의 대표학자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논쟁에 참여한 듯 하다. 어지러운 논쟁처럼 보이지만, 읽다보면 고종 시대의 진실이 보인다. 어떤 진실을 보는 가는 독자의 몫이기는 하겠지만. 대체적으로 고종시대의 긍정성을 이야기하는 쪽은 아무래도 역사학자들이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경제학자들이다. 한 나라의 역사를 역사의식은 집어던지고 수치만으로 장난을 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도 개인적으로는 분개하면서 읽었다. 근대화지상주의자들인 뉴라이트 계열은 요즘에는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나.... 권력을 잡고 있는 어느 정당은 여기에 편승해서 우리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고 멀쩡한 교과서들을 때려 잡더니, 요즘에는 필수과목에서 국사를 빼겠다고 한단다.....

역사를 왜 제대로 배워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논쟁이다보니 난이도가 아주 쉬운 일반독자용이라기에는 약간 어려움이 있다.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꼭 읽으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