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의 비주류인 역관을 다룬 책이다.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역관의 활동을 쉽고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역관이라면 외국어의 통역이나 번역을 담당하는 소위 중인들이 하는 하급실무직인데, 왜 책 제목은 <조선 최대 갑부 역관>이라고 했을까? 조선 시대 국내 상업의 발달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을 때-조선 정부는 정책 방향 자체가 무본억말이라고 해서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누르는 정책을 썼다. 농업은 노동으로 생산물을 만드는 정직한 직업이며 나라의 근본이라고 본 반면, 상업은 단지 물건을 이곳저곳 옮기는 것으로 이득을 취하는 정당하지 못한 필요는 하지만 권장할만한 직업은 아니라는 유교적 직업관. 사농공상에서 보이듯이 상인은 최 말단에 속하는 계층이었다- 가장 큰 상인은 외국과의 교역에 종사하는 역관이었고, 이를 통해서 역관은 조선 최고의 갑부가 될 수 있었다는 것. 각종 사극에 등장하는 장희빈의 집안도 역관이었고, 그 집안은 정치집단의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장희빈이 왕비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그러니까 단순히 장희빈의 미모나 사악함이 그 시대의 드라마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또 허생전에 나오는 허생에게 돈을 꾸어주는 조선 최고의 부자도 바로 역관집안.....
이렇게 역관들이 무역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관에게 따로 봉급을 지급하지 않고 적당히 물건을 가져다 장사를 해서 사행길의 비용을 충당하라는 조선 정부의 자력갱생 방침이 있었다는 것.

이런 역관들의 활약을 상업 뿐 아니라 정치적인 역할, 외교관계 면에서도 생각보다는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분들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역관의 경쟁자 상인이 등장하면서 역관이 조선 최대 갑부의 지위를 잃어갈 무렵에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서의 상업의 발달과 새로운 상인층의 등장이라는 사회변화도 아쉬운 대로 감지할 수 있는 책.

역사의 다양한 뒤안길을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