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존경하는 독립운동가를 묻는다면 대다수가 백범 김구 선생, 도산 안창호 선생, 도마 안중근 의사 등 많이 알려진 독립 운동가의 이름을 댈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도 몽양 여운형이라는 분이 어떤 업적을 남겼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막연하게 알고있는 점이라면 그가 중도적 좌파로 활동을 했다는 점이었고 이 때문에 왠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평전이 다른 사람에 의해 쓰여진다는 점에서 저자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보다는 훨씬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여운형 선생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한 언론인에 의해 쓰여진 책이다. 선생의 어릴 적 일화에서부터 암살되기까지의 일대기가 연대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평전이라면 비판적인 면에서 서술을 할 텐데 책에서는 여운형 선생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운형 선생의 젊은 시절 업적이라면 상하이에서 신한청년당을 조직하고 파리강화회의에 김규식을 파견한 점이다. 큰 성과는 없었지만, 이 일은 후에 국내에서 3.1운동이 일어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수립에도 참여를 했다. 선생이 상하이임정에서 활동할 때 일본정부는 선생을 회유할 목적으로 -그의 신변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동경으로 선생을 초대한다. 주변에서는 만류를 하지만 동경에 간 선생은 오히려 일본사람들의 잘못을 비판하고, 일부 깨어있는 일본인들에게 일제의 조선침략은 부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 일을 들어 여운형 선생에 대해 친일 행각을 했니 어쨌느니 하는 비난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책을 읽어본다면 거기에 대한 해명이 될 테지만.

 

그 외에도 조선중앙일보의 사장시절, 베를린 올림픽 우승을 한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를 해서 신문이 정지를 당한다. 조선체육협회장을 지냈고 야구, 축구 등 여러 스포츠를 좋아했던 선생을 많은 체육인들이 따랐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선생의 대표적인 업적이라면 광복 1년 전쯤, 미리 건국동맹을 조직해서 일제의 징병을 방해하는 등의 활동을 한 점이다. 광복 직후에는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들어서 일제로부터 행정권, 식량, 치안 등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는다. 중도좌파로서 좌우합작위원회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이념으로 인해 분열된 민족을 막으려는 시도를 한 점도 업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당시 일제가 블랙리스트 1순위에 올려둔 인물이 여운형 선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존경심을 표한 일본인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해방 후, 이승만, 백범 김구 선생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귀국하게 되고 관심은 정부수립으로 모아진다. 책에는 이승만의 인간됨됨이에 관련된 일화들이 몇 가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김구 선생 암살의 배후와 마찬가지로 여운형 선생의 암살 배후에도 이승만이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미 지난 역사지만 광복 후 이승만 대신에 다른 인물이 대한민국을 건국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고 여운형 선생 또한 백범 김구 선생에 못지 않게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