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한국사 열풍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또?란 소리가 절로 나올 법도 하다. 만화라고해서 형식면에서 달리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닐진대. 그렇다면 트렌드가 된 한국사 책들과 비교해서 차별화 된 요소를 꼽자면 활자화된 지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역발상으로 접근해보자는 발칙함일 것이다. 김진명 작가는 다들 알다시피 역사학자도 아니요, 그가 가진 역사관을 소설로 풀어 국민들의 인식전환을 지속적으로 주도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에 등장하는 한국사 미스터리는 총 7개인데 왜곡된 역사부터 정설로 굳어져 있는 오해의역사까지 국민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의문을 제기하여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는 주제들이어서 계속 흥미롭다. 가장 먼저 국호에서 “한”이란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언제, 어디서부터 유래하였나는 질문은 우리가 한국사를 시작하기 전에 뿌리를 더듬어 가야 할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흔히 삼국시대부터 스타트를 끊고 그 이전인 고조선은 신화처럼 간주하는 이유도 제대로 된 기록문화가 전승되지 못한 탓이니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식민사관을 무작정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면목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명 작가의 끈질기고 집념어린 조사는 희미하게나마 그 근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낸다.

 

 

그 결과 중국 최초의 왕조인 은나라를 세운 것은 한족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었으며, 한자를 만든 것도 우리 민족이요, 고조선의 국호가 “한”이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 펑펑 터진다. 어렸을 적에는 반만년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역사로 배웠다가 점점 그 이면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면서 생각만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실과 비애가 짙어지던 차에 실제는 상상 이상으로 웅대하고 번성했었을 것 같은 선조들을 발견하게 되어 새삼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조작을 통쾌하게 반박할 증거를 찾아낸 김진명 작가의 반격은 왜 이다지도 통쾌했는지. “함흥차사”의 유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 조작될 수도 있을 거란 반응도, 북한 권력의 실세는 누구인가를 캐고 들어 간 이야기도 정말 흥미진진하다. 분량이 짧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게 그 자리에 앉아 후딱 읽어 버렸다.

 

 

그러면 또 뭐하나란 자괴감이 잠시 몰려 왔다 멀리 내쫓겼지만 이 모든 것을 후세에게 부끄럽지 않을 역사로 물려주려면 물질중심의 가치관에 매몰되지 말고 인생을 가치 있게,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