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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러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애완동물이 나오는 책, 웹툰, 티비 프로그램(야옹멍멍 귀여워, 동물농장 등), 사진 등 으로 랜선집사가 되어 대리 만족을 하고있다.

이번에 '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라는 만화를 접하게 되었다. 착한 분량에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비록 2D속 고양이지만 복실복실함과 귀여움이 작품을 뚫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진짜 집사취직을 하지 못했어도 읽는 내내 힐링을 할 수 있었다.

뚱뚱하고 시무룩해도 귀여운 고양이

고양이가 주인공인 만화들은 꽤 많이 있다.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나 헬로 키티 이모님은 짤이나 여러 캐릭터 상품이 나올 정도로 대중적인 고양이 캐릭터이다. 그 외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들도 유명세를 타며 각자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평면 그림일뿐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귀여운 외형과 무한한 매력으로 어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간 '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의 뚱냥이 역시 작품을 뚫고 나오는 매력으로 선배 고양이들의 계보를 잇는다. 뚱뚱한 고양이라는 설정은 이미 '무타'나 '야옹 선생' 캐릭터가 있어서 그렇게 새롭진 않았다. 다만 '네코노히' 뚱냥이의 표정이 다른 작품들 속 고양이들과 차별화 된 느낌이었다.

모든 작품들을 다 보진 않았지만, 많은 고양이들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을 보여주었다. 때로는 고양이 특유의 츤데레적인 시크함이나 도도한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네코노히' 고양이는 작품 속 99.8%에 가깝게 시종일관 시묵룩한 표정을 짓는다. 오직 일이 잘풀렸을 때만 웃는데 안타깝게도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종일 시무룩하거나 풀죽은 모습으로 있으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답답하거나 기분이 축 처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뚱냥이의 시무룩한 모습이 전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안타깝다거나 짠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피식 웃음이 나오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고양이라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만일 어른 사람이 이랬다면 독자들은 주인공의 모습에 '고구마'라고 비난했을지도 모른다. 북실한 털과 둥글넓적한 체형을 가진 고양이인지라 아무리 실수를 연발하고 풀이 죽어도, 모든 걸 다 이해해주고 싶고 마냥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어쩌다 성공을 하면 마치 내 자식이 어려운 미션을 해낸것처럼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네코노히 속 뚱냥이의 온순한 성격 역시 한 몫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사소한 실수를 연발하거나, 일이 뜻대로 해결되지 않을 때 대부분 짜증을 내거나 한숨을 푹푹 쉬게 마련이다. 그러나 주인공 냥이는 실패를 했다고 분노를 표현하지 않는다. 그냥 시무룩하게 있거나 때로는 포기하고 잔다. 심지어 시무룩한 표정이 어쩐지 푸근한 이미지의 마음씨 좋은 아저씨같은 얼굴을 연상케 했다. 비록 실패는 하지만 자신의 실패요인을 외부로 표출하지 않는 착한 캐릭터로 느껴졌다. 그래서 은근히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succcess!!!" 하며 성공을 빌어주고 싶게 만들었다.

트위터 연재 웹툰

사실 '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 단행본이 나오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이 만화를 잘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선 이 만화가 유머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미 입소문 났다고 하고, 현지에선 캐릭터 상품이 생산될 정도이다. 그러나 베리베리 투머치 슬로워 1인은 이제야 이 만화에 대해 알게 되었다.

'네코노히'의 원작은 만화'책'이 아닌 '트위터'이다. 큐라이스 우사기씨의 트위터에는 '네코노히'뿐만 아니라 '친절한 티벳 여우'도 연재하고 있다. 네코노히 고양이와 티벳 여우 모두 시종일관 거의 별다른 표정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이 작가님의 특징인 것 같다.
대사 없이 의성어와 의태어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무성 만화영화를 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심지어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으며 공감이 갔다.

이런 식의 특성을 가졌기에 sns연재에 정말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엄지 손가락으로 빠르게 화면을 전환하고 긴 글을 읽기 싫어하는 요즘 어린 세대들에게는, 대사 없이 행동, 의성어, 의태어만으로 모든 게 전달이 되고 재미를 주는 이 작품에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단편이라 이전 편의 내용을 되새겨가며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부담없이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쉽게 '펌'을 할 수 있는 sns 상에서 사람들이 재미있는 짤을 만들어 나르고, 입소문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해외로까지 퍼지고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sns 연재 만화의 성공사례가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한다. 만화 왕국 일본에서 그렇다고 하니 의외였다. 그 이유는 바로 연재 방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만화 원작 하나가 성공하면 실사화 영화, 단행본 책, 공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
그러나 원작의 연재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르신이 아닌 이상 1인 스마트폰이 기본이고, 어디서나 터지는 와이파이 환경과 맞물려 컬러로 된 웹툰만화나 페북만화가 더 익숙하다. '신과 함께'처럼 흥행한 원작은 무조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한다. 반면 일본에선 월간지나 주간지에 연재하는 작품들 중 인기가 있는 것들을 단행본으로 출판하고 캐릭터 상품이나 피규어 등을 생산한다. '지브리' 같은 작품을 만드는 일본에서 웹툰은 '원펀맨' 말고 알려진게 없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넷상 만화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만큼 보편화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트위터에서 연재하는 '네코노히'의 성공은 일본에선 낯설고 희귀한 사례일 수 있을 듯 싶다.

공감가는 네코노히의 일상생활

짧은 네 칸에 말풍선 없이 뚱냥이의 행동만 보고 그 상황이 이해가 되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일상생활을 소재로 스토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만한 실패담이나 실수, 성공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식사, 요리, 캠핑장 등에서 겪는 그런 소소한 것들이다. 가끔씩 우리네 일상과는 먼 일본의 마츠리, 판타지, 고양이 특유의 특징을 녹여낸 스토리들이 튀어나오지만 나름의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이런 몇 개의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평범하게 주위에서 볼 수 있을만한 풍경이기에 보면서 '나도 이런적 있는데'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고양이를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끌고간다. 그래서 뚱냥이에게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참치캔, 밥솥, 두부비닐 등 여러 일상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뚱냥이의 실수는 살면서 한 번쯤 겪어 본 경험들이라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 어떤 심정일지 더 잘 이해가 가며 동시에 웃음이 나왔다.

특히 월요일을 맞는 고양이의 표정에 정말 압도적으로 공감했다. 세계 어딜 가도 월요일을 맞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표정은 이럴 것 같다.

오늘도 success!!!

네코노히는 계속 실수연발과 실수를 하다가 결국엔 성공을 한다. 그런데 그 성공이 힘들게 쟁취한 것이 아닌 그냥 어쩌다가 우연히 이뤄낸 것이다. 네 칸짜리 분량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담는 형식이라 그런지 몰라도, 고양이는 실수하면 그냥 실수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끝낸다. 다음 에피에서 실패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딱히 애쓰진 않는다.
어쩌다가 일이 잘 되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SUCCESS!!"를 외치며 흐뭇해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어쩌다 우연히 찾아 온 이런 작은 성공에도 웃음지을 수 있는 고양이의 얼굴에서 진심으로 행복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일상 속 이런 작은 성공이 얼마든지 충분히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 같다. 직장 동료에게 칭찬 한 마디 건네거나 내 자식이 친구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놀고 온 것 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는 등 그런 소소한 성공들이 말이다. 그래서 세삼스럽지만 우울해질때마다 속으로 '"SUCCESS!!"를 주문처럼 외치면서 내 자신에게도 응원을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결론>
1. 고양이니깐 시무룩해도 귀여운 것이다.
2. 2권도 어서 나오길!
3.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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