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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하루 시작하는 동시 올려다 보는 하늘은 부지런하게 날마다 자기 색을 입힌다.오늘 중부는 얕은 황사와 함께 비가 올 듯 매지구름을 잔뜩 껴 안은 형상이다.허나 비는 내리지 않고 자체 무거운 공기만 연신 감돌고 있다.이런 날엔 마치 잃어버린 감수성의 향연(饗宴) 속으로 빠져 들어야만 할 것 같은 묘한 이끌림을 동반하게 된다.우리네는 살아가면서 저마다 날씨의 영향을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받고 있다.단 하루도 같은 날씨는 없다.햇살은 좋은데 바람은 세차게 부는 혹은 쨍쨍한 햇볕아래 비가 내리는 아이러니한 날씨에 웃고 우는 세상풍경은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지금 나는 비를 몹시 기다린다.그렇게 비를 좋아하지는 않는다.아마 내 감성이 냉정함으로 자리이동을 한 탓일게다.학창시절엔 비가 좋으면서도 항시 우산을 가방에 1년365일 넣고 다닌 기억이 있다.편견(偏見)이 너무 컸던게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기준점에서 볼때 추한 것을 본 적은 없는 듯 하다.그 대상이 어떠한 형태를 가졌던든간에 항상 그 본래자체의 대상을 볼 뿐이여서일까 여타의 이질적인 느낌을 느껴보진 못한 듯 하다.이때에 물리적대상인 '비'에서 인간의 사고가 집약된 변화법으로 서술된 한 권의 책을 만났다.한 권은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일곱 명의 여성 작가들의 색을 접할 수 있었고 그 덧칠 된 색 속에서 켜켜이 쌓인 비의 흔적이 묻어나는 공간엔 무한한 깊이감이 녹아있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자유를 주는 듯 했다.

일명 테마소설집이다.추상적인 '비'를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또는 언어처럼 말을 하고 독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상징성(象徵性)을 내포하는 동시에 미학적구조(美學的構造)를 우리네 삶과 사회를 심층적으로 잘 다룬탓에 일말의 비에 대한 부정적,불안적인 심리등을 문학을 통해 거짓없는 순수한 마음의 회복을 돌이켜 준다.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는 어찌보면 단 하나의 검은색으로 내리게 될게다.단순 검은색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두려움,공포,암흑같은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하지만 일곱 명의 작가는 엄격하고 나홀로 심연(深淵)의 바닥에서 그 무언가를 힘겹게 끄집어 내보여 주는 기동성 있는 전개를 펼쳐 이내 읽는 독자에게서 오는 권태(倦怠)는 일찌감치 쳐 낸 듯 하다.

장은진의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는 괴로움이란 일정한 무게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받아들이는 쪽의 자세에 따라 가벼울 수도 무거울 수도 있다는 삶에 대한 고립된 구조와 외부와의 소통이 간절할때 불청객마냥 찾아드는 단절감으로 오는 소외감을 허공에 흩날리는 티슈를 통해 수평발산을 보여준다.다만,받아들이는 쪽의 자세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라고 말이다.가장 읽으면서 숨막히고 답답했던 김숨의 '대기자들'은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 치과 치료를 기다리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통해 기다림의 연쇄와 작은 분쇄들 그리고 물 밀듯이 드나는 나약함과 절망의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헝클어진 삶의 속성을 제대로 보여준 탓에 읽는내내 숨막히고 조급했던 내 마음의 의구심을 무력화 시키고 만다.또한 학창시절 누구에게나 비와 함께 떠오르는 지우고 싶은 기억의 파편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되는 김미월의 '여름 팬터마임'도 꽤나 영화적 구성을 취한 듯 흥미롭게 다가 온 장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비'라는 동일한 주제로 단 하나의 색으로 칠해질 것 만 같았지만 전혀 다른 색의 바탕이 되는 대립되는 다양한 이야기로 표현대상의 이미지와 그것의 전이된 이미지를 밝히는 공감각적인 심상을 잘 표현해 낸 탓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비는 우울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반면 혼탁한 삶의 대기오염으로부터의 해방을 주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일곱가지 비를 마음껏 즐기며 맞아 본 적이 없었던 듯 하다.마치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하며 맞은 후 비가 온 후엔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때가 오면 모든 것이 투명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움큼 쥐게 되는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