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도 ,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상태라는 것을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태어난지 19개월만에 병을 얻어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그 여파로 시력과 청력을 잃어버리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바로 헬렌이다.

그런 헬렌에게 빛을 가져다 주고,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만큼 유명한 설리번 선생님이다. 여기까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외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 있었으니,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박사이다. 

작가는 책표지에 다음과 같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주시고 
   들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대서양에서부터 로키산맥에 이르는 미국 전역의 사람들에게 들을 수 있도록 해주신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박사님께 이 책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바칩니다" 라고.


이 자서전은 래드클리프 대학에 다닐 적에 교수님의 권고로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
그녀가 처음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차가운 "물"을 직접 손으로 그 감촉을 느끼며 손바닥에 여러번에 걸쳐 그 단어를 쓰면서 알게 된 단어가 바로 "물"이다.

설리번 선생은 집안에서만 그녀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숲속에서, 바닷가에서 혹은 대도시의 만국박람회, 극장등 모든 곳에 헬렌을 데리고 다니면서 몸으로 느끼며 알 수 있도록 그림자처럼 생활한다. 

총명하던  헬렌도 뜻밖의 난관에 부딪힌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기하학에서 였다. 볼 수가 없으니, 도형틀을 가지고 손으로 만지면서 공부를 했는데, 설리번 선생이 옆에서 손바닥에 적어 주어도 한계가 오니까 짜증도 많이 냈었다고 고백한다. 

거기에다 대학입학 시험을 보면서 타자기를 사용했는데, 자신이 쓰던 거와는 다른 점자 방식이라 당황도 하고, 문제를 여러번 읽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질 못해서 제대로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대학을 무사히 졸업했고,그녀 특유의 낙천주의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런 그녀이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인도에 대한 편견이다.  물론 미국인의 입장에서 봤을땐  계급제도라든지 쉽게 체념하는 태도 등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긴 하겠지만, 무지한 나라로 폄하하는 부분이 좀 그렇다. 

  -물론 나 역시 인도에 대해 잘 몰랐을 적엔 (그렇다고 지금 잘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못 살고 인구가 많고 더러운 나라로만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의 인도를 직접 가 봤더라면, 그런 생각이 좀 바뀌진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책에선 대학을 졸업한 이후의 삶에 대해선 나와 있지 않다. 

여성인권운동가, 사회주의자,스웨덴 보리파(종교)의 활동에 대해선 다른 책에서 언급이 되고 있는 듯하다.

1968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내가 태어나기 이전이기는 하나 비교적 가까운 시대에 이런 사람이 살았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나에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 준 위인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