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세계적으로 역사에서 가장 논쟁이 치열한 부분이 고대사입니다. 왜냐하면 문서로 된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소수의 남아 있는 기록들도 신화와 같은 은유적인 표현이 많거나 편향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국의 자긍심을 높이려고 하는 국가 간에도 자료의 채택이나 해석에 대한 논쟁이 많지만 학자들 간에도 견해차가 큰 분야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대 한국사 분야를 ‘교류와 이동’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정형진씨는 경주로 내려가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 고대사와 고대 종교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이미 다섯 권의 책을 펴낸 소위 재야 사학자입니다. 저자는 꾸준하게 ‘대한민국의 뿌리에 해당하는 역사가 중국 중원지역과 유라시아 초원지역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역사관을 가지고 연구를 해왔습니다.

 

 

이책의 내용

 

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인류는 모두 한 뿌리에서 자란 커다란 나무와 같아서 동부아프리카에서 생겨난 인류가 점점 늘어나 다른 지역으로 퍼지면서 계속 줄기를 만들어가며 또다른 문명을 이루는 식으로 세계로 확산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1부에서는 ‘초원에서 불어온 바람’에서는 신라, 고구려, 부여 등에서 초원 즉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혹은 중국 서북부의 유목문화가 흘러들어온 흔적을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신라 김씨 왕족들이 가지고 있던 근친결혼 풍습이나 성애장면을 다양하게 연출한 신라 토우 등은 자유로운 성애 장면을 담은 천산 주변의 사카족의 암각화와 흡사한 유목문화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문무왕의 출생담과 관련된 전설이 페르시아를 창업한 키루스의 탄생신화와 거의 같은 것도 유목문화가 전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2부 ‘동남쪽 그림자에 서북의 자취가’ 에서는 농경문화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었는데 특히 단군신화에 대한 분석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곰 토템 부족이 호랑이 토템 부족에게 승리한 것으로만 배워왔는데 단군신화의 무대가 요서지역과 내몽골 지역을 포함한 지역이었으므로 한반도에서 곰 토템신앙을 거의 볼 수 없고 오히려 단군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찍 동으로 이동했던 호랑이 산신 세력이 한반도에 먼저 정착했기 때문에 호랑이 산신이 한반도에서 우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단군왕검사회의 주 신앙이 칠성신앙이었다는 점도 그러한 요소에 더해집니다.

 

3부 ‘대륙에서 열도로 간 바람과 태양의 후손’에서는 대륙에서 한반도로 들어온 주도세력이 진한 땅에서 문명을 이루었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의 주류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칠지도에 대한 분석인데 일본 천왕가의 뿌리를 추측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칠지도를 선물할 때 백제 왕비족은 진(眞)씨이고 야마토 조정의 오우진계의 씨족 이름이 眞(마히토: マヒト)이므로 백제의 왕비족과 천왕가는 혈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칼을 칠지도로 디자인한 이유도 2부에서 보았듯이 한반도에 사는 진씨들의 종교가 칠성신앙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치며

 

한국인으로서 고대사 학습은 당연히 필수이기도 하지만 특히 일본이나 중국 등과 역사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대사 논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고대사 공부는 더욱더 필수사항입니다. 이 책은 문화를 통해서 쉽게 고대사와 고대사의 논쟁부분을 짚어주고 특히 저자가 집중하는 세계 신화와 우리나라 신화간의 비교 분석과 그에 따른 고대 문화 및 문물 교류에 대한 해석은 어느 책에도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자료와 해설로 차있어서 한번 읽어볼 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