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소풍 갈 때 챙겨야 할 준비물 같은 것도 아니며, 회사에서 강요 받는 충성(loyalty)에서 우러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사랑하고, 열망하는 무언가에 몰두할 때, 깃드는 정신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몰두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앞서지 않는다면, ‘열정을 가져라’라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

저자는 옥스퍼드에서 문학박사학위까지 취득하였음에도 법대 진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다짐한다. 본인이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긴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석지영 교수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문학분야에서 쌓아 온 저자의 독해와 글쓰기 능력이 법학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 부분이다. 인문학적인 발상과 방법론이 ‘법’이라는 분야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희열을 맛 본 저자의 경험담은 한 분야에서 높은 수준에 이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학문 간 통섭의 경지가 아닐까.

저자가 인생 전반에 걸쳐 이토록 몰입된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전제되어야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그토록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신의 내면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다짐과 실행들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책 읽기’와 발레, 피아노 등으로 다져진 인문학적 소양과 감수성이, 자기 내면 깊은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 토대가 되어 주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미국의 교육제도와 환경이다. 저자 본인도 언급하고 있듯이, 미국이 아닌 한국이었다면 그녀의 지금 모습이 가능했을까. ‘엄친아’, ‘엄친딸’로 대변되는 한국의 서바이벌 교육문화는, 저자의 학창시절 방황과 실패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가 한국에서 인터뷰한 내용 중에 ‘실패하고 도전하며 배워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먼저 ‘실패’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 학생들은 도전하며 배우기는커녕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책 속에서도 밝혔듯, 저자는 한국에서 본인이 ‘엄친딸’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음을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는 듯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출판사 서평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엄친딸 종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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