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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 시인인 짱커자의 시집 <낙인>. 짱커자는 중국 현대 시사에서 농민 시인, 향토 시인, 대지 시인, 고음(苦吟) 시인 등으로 불리며 반(半)식민지 반(半)봉건사회 속에서 신음하는 중국 민중의 삶을 노래했다. 1930년대 아이칭(艾靑), 톈젠(田間) 등의 시인과 함께 현실주의 시파를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서정과 서사를 결합한 새로운 풍격의 시문학을 선보이며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양쪽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다. 그의 시는 한마디로 ‘생활의 시’라 평가된다.

일본의 만주 침략과 중일 전쟁이란 시대적 격랑 속에서 중국 현대문학은 54운동 시기의 문학 혁명론, 1927년 이후의 혁명문학론, 1930년대 중국좌익작가연맹 창립과 프로문학의 본격적인 발전, 1937년 이후 중일전쟁으로 인한 항전문학의 대두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중국현대문학 속 시사에서는 1920년대 쉬즈모, 원이둬 등 신월파와 1930년 다이왕수(대망서) 등의 현대파를 중심으로 모더니즘 시문학이 흥성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중국 현대문학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양쪽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들인다. 짱커자는 이러한 문학적 배경에서 어느 유파나 문학 단체에도 속하지 않고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하여 1930~4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한다.

짱커자는 신월파의 대표 시인 원이둬로부터 시를 배우나 신월파와는 거리를 두었다. 1930년대 중국 시가회의 프롤레타리아 시문학 경향과도 다른 독창적인 리얼리즘 경향의 시를 창작한다. 그는 한평생 중국 혁명의 길을 시와 함께 하며 중국의 대지와 민중들의 생명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불린다. 그가 1949년 루쉰을 기념하며 “어떤 사람은 살아 있지만, 이미 죽었다. 어떤 사람은 죽었지만 아직 살아 있다(有的人活著他已經死了; 有的人死了他還活著)”라고 썼던 시 <어떤 사람(有的人)>은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낭송되었다.

짱커자의 시는 시대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인다. 역자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짱커자의 시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초기 그의 시 세계에서는 농촌 민중들의 삶과 고통을 노래하며 민중들의 강한 생명력을 그린 모습들이 눈에 띈다. 중기에는 항전과 내전 상황 속 항전 시와 정치 풍자시가 주류를 이루고, 후기에는 사회주의를 노래한 시들과 문화대혁명 이후의 새로운 세계를 향한 만년의 열정인 담긴 시들이 눈에 띈다고 한다. 무엇보다 1930년대 초기 시 세계의 농촌 민중들의 실상을 반영하는 시들과 민중을 바라보는 지식인의 자기 정체성에 관한 시들, 1943년 전후로 창작한 현대 농촌 전원시들이 짱커자의 시문학을 대표할 만하다고 평가된다.

큰 마차에 가득 실은 짐 때문에 / 가로 눌려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등 위의 무게가 몸 안으로 파고드는데 / 늙은 말은 무겁게 고개 떨군다

지금은 다음의 운명을 알 수 없으니 / 마음속으로 쓰린 눈물 삼켜도

채찍 그림자가 눈앞에 날아들면 / 늙은 말은 고개 들어 앞을 바라본다

<늙은 말>(1932)

시집 <낙인>에 실린 <늙은 말>라는 시다. 반식민지 반봉건사회 속에서 파괴되어 가는 농촌 향토의 현실을 묘사하며, 불우한 환경에 처한 농민을 동정하고 농민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표현한 시로 소개된다. 시 안에서 농민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무거운 짐을 싣고 가는 한 마리 말의 형상을 빌어 중국 농민의 모습을 떠올리게끔 한다. 2연 8행의 짧은 서정시이지만 말을 통해 보여 주는 시상의 전개는 가볍지 않다. 무거운 짐으로 상징되는 반식민지 반봉건사회의 억압과 착취는 늙은 말로 하여금 고개를 떨구게 하고 앞으로의 운명도 알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만 쓰린 눈물을 삼키게끔 한다.

다음은 짱커자의 시집 <낙인>의 차례이다.

제1부 낙인(烙印)

서(序) / 난민(難民) / 우환(憂患) / 희망(希望) / 생활(生活) / 낙인(烙印)

번갯불(天火) / 불면(失眠) / 한 알의 모래알처럼(像粒砂) / 변화(變)

머지않아 그런 날 있겠지(不久有那?一天) / 만국 공동묘지(萬國公墓) / 도시의 밤(都市的夜)

늙은 말(老馬) / 늙은이(老頭兒) / 할아범(老哥哥) / 석탄 귀신(炭鬼) / 신녀(神女)

가마 일을 맡은 여자(當爐女) / 인력거꾼(洋車夫) / 생선 파는 아저씨(販魚郞)

고기 잡는 노인(漁翁) / 휴식하는 노동자(歇午工)

제2부 죄악의 검은 손(罪惡的黑手)

서(序) / 반(盤) / 어린 계집종(小婢女) / 죄악의 검은 손(罪惡的黑手)

불빛 그림자(亮的影子) / 장사의 마음(壯士心) / 자백(自白) / 제사(弔) / 정월 대보름(元宵)

마을의 밤(村夜) / 창 없는 방(無窓室) / 객의 물음에 답하며(答客問) / 민요(民謠)

생명의 외침(生命的叫喊) / 새해(新年) / 도시의 봄(都市的春天) / 떠돌이 시인(流亡的詩人)

마당에서의 여름밤(場園上的夏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