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공이 아닌 책을 읽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왜냐면 그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지식을 습득하거나 내용을 통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대중문화, 예술 분야의 책을 꽤 자주 읽는다. 그 책들을 읽는 동안의 시각적인 즐거움과 부담없이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와 재치들이 지루한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사진, 미술, 디자인 분야의 책들을 한 번 보고 난 후 자꾸 눈길이 가게 되는 이유가 이런 것들에 있겠다.

최근에 펭귄 75주년을 기념해서, 이 책이 발간되었다는 얘기를 트윗에서 알게 되었다. 그 책을 읽는 사람, 소개해 준 사람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분야의 사람들에게 참 읽고 싶은 책이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고, 조금 더는 꼭 접해봐야만 하는 책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반면에, 그 분야와 무관하게 일하고 있는 나는, 이 책을 읽는 데 있어, 마지막 이유, 꼭 접해봐야한 하는, 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분석적인 눈으로 보지 않고, (물론 그들도 그렇게 보고자 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직업병,이라는 단어를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너무나 편안하게 재미있는 책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편안하게 읽었을 때, 그 즐거움이 크지 않았을까?

모두가 그렇다고는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런 책들 읽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히죽거리기도 하고 찬사를 보내기도 하면서 쉬쉬 읽어 나갔다.

그리고,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책 표지를 디자인한 펭귄의 북디자인 역사가 사진으로 함께 고스란히 수록된 이 책이 갖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신기하게도 소설책보다 이런 책들에 나는 소장 욕구를 더 많이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