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 책은 어렵습니다. 건축학이라는 것도 매우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얕고 기초적인 건축적인 어떤 재미에 빠져들고 싶을 때가 있어서 가끔씩 건축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건축에 대한 것이 궁금해서 선택하게 되었다기 보다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어떤 이가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과 소견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에 끌렸습니다.

그런데, 책 속에서도 쉽게 풀어 쓴 건축학적(작가의 전문 직업에 걸맞는 지식으로) 재미에도 흠뻑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서울에 있는 건축물들에 대한 정밀하고 구체적인 정보보다도, 우리가 늘 찾는 좋아하는 서울의 장소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장소들에 자리잡고 있는 건물들에 대해서 작가의 지식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추억이나 생각들을 덧붙여서 재미지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마도 서울의 그 장소에 가게 되면, 그 건물을 보게 되면, 숱하게 봐왔던 모습과 숱하게 느꼈던 감정들과는 다른 것들로 보고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책은 대체로보다 훨씬 더 술술 잘 넘어갑니다. 책 속의 글들뿐만 아니라,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아주 디테일한 낙서(?) 들이 추가로 삽입되어 있어서 재미를 더 해 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활자만 있었다면 자칫 피로해 줄 수 있는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건축과 관련된 호기심을 덜어 줄 수 있는 책들 중에 이 책을 베스트 리스트에 넣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은 이 책을 소장해 두고, 서울, 그 곳들에 대해 잊을만하면 한 번씩 꺼내어 들고, 책장을 펴고, 다시금 곱씩어도 좋은 거라 생각했습니다.

책은, 그만큼, 기대하지 않았기에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책의 제목마저 공감이 가네요- 저 역시 서울이 좋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