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달리 에세이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소박하고,진실하게 풀어내고 있어 학창 시절부터 즐겨 읽던 장르이다. 여고시절엔 한창 신달진,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에 열광했던 기억도 있고...

순진해도 벌받는다를 처음 만났을 때 제목이 참 의아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순진하면 남에게 이용을 많이 당해 손해볼 것 같은데,벌 받는다니...

글은 3월의 섬진강의 매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쉽게도 봄의 섬진강은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섬진강 하면 김용택 시인이 생각나고, 광양의 매화 축제도 떠오른다.

그보다 조금 늦은 4월에 벚꽃이 지천인 곳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저자가 그리는 매화꽃 세상은 가보지 않아도 머리 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하다.

작가가 간간히 소개하는 명시와 자신의 담백한 이야기, 이웃들 이야기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살짝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지극히 사소한, 일상적일 수도 있는 소소한 이야기, 평범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써내려가는 힘이야말로 작가의 큰 능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 능력이 없는 난 늘 그런 능력들이 부럽기만 하다.

총 5부로 이루어진 내용 중 2부에 있는 제목과 같은 <순진해도 벌받는다>와 <정직하면 벌받는다>가 눈에 들어왔다.

흔히 세상은 정직하게 살 것을 강요하지만 때로는 너무 정직한 것이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피해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거짓말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절한 거짓말이 필요함을, 반드시 정직한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일깨우는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4부에서는 익히 알려진 유명한 춘원, 채만식, 김유정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워낙 유명해서 학창시절 단골로 시험에 나오던 작가들이기도 하고,

유명한 작가의 작품 외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던 여교시절 국어 선생님 덕분에 조금은 알고 있던 일화들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 조금더 이해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 같다.

5부에는 강단에 서며 겪었던 경험들을 담아, 문예창작에 관한 저자의 생각도 들어 있어 문학에 뜻을 둔 후학들에게 조언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젠 세상이 순진하게만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 순진해서만은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 조금은 슬퍼졌지만, 저자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이야기를 읽으면 다시 한번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