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을 읽으면서 내내 들던 생각은, 글에서 모래맛이 날 정도로 건조하다는 거였다. 덥기는 덥지만, 한국의 여름처럼

축축하고 후덥지근한 게 아니라, 광선의 바다가 내려갈기는 쨍한 더위. 정유정의 책처럼 쑥쑥 읽히는 책이 있는가 반면,

최명희 선생님의 [혼불]처럼 본 지 오래되서 가물가물하면서도, 그 엄청난 양의 묘사라던가, 그냥 일없이 엄청나다

라고 생각이 들 게 만드는 책도 있었고, 한동안 과학에 미쳐 있을때는 엄청난 양의 번역투와 마주했었다. 그래도 조금씩

문학에 대해서 여러 맛을 보는 와중에, 이렇게 건조한 맛은 처음이다.

사실상 읽으면서는 대부분 놓쳐버렸고, 뒤에 해석을 보면서 아하 그렇구나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딱 하나, 재판쪽

은 굉장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상, 이벤트의 구성요소인 피해자와 피의자 혹은 피고인은 재판할 때 제외된다. 물론, 피고인의 경우, 검사와 대등한 지위로 상승한다고 하지만, 피고인이 법률에 대해 모를 확률은 굉장히 높고, 죄의 판단에 있어서 변호사가 알게 모르게 기여하는 게 크다는 거지. 피해자의 경우에는, 검사가 대신 기소한다는 제도하에 제외되는 거고. 그 나라, 시스템상의 정의에 맞춰서 판단을 하는거지. 실질적인 이들은 소외되는 것이다. 사실, 써놓고보니 뭔 개소리인가 싶지만, 아무튼 이 부분에 대해서 제일 중요한 당사자가 이방인이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몇 번 더 봐야 잘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