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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원서) Knut Schmidt-Nielsen; The Camel’s Nose: Memoirs of a Curious Scientist, 1998, Island Press, ISBN: 978-1559635127

이 책은 노르웨이 출생 미국의 동물생리학자인 고(故) 크누트 슈미트-닐센(1915.9.24~2007.1.25)이 1998년 쓴 자서전이다. 저자가 태어난 1915년부터 1995년까지의 저자의 가 걸어온 길을 자서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저자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으나, 동물생리학계에서는 선구자와 같은 분이다. 특히 극한상황이나 지역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물(수분)을 확보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저자는 1952년부터 미국의 듀크(Duke)대학 생리학과 교수를 재직해왔으며, 이 책이 번역된 2006년의 다음해 초에 사망하였고, 번역본의 337페이지에도 그림이 나오지만 1992년 생물학의 노벨상이라고도 알려진 일본학술진흥회(日本学術振興会, Japan Society for the Promotion of Science)로부터 국제생물학상(国際生物学賞, The International Prize for Biology)을 받았다. 그런데 이 상은 일본의 쇼와(昭和)천왕의 재위 60년을 기념으로 창설된 상이다.

먼저 저자는 겸손한 사람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 후반부에 평생의 연구활동을 회상하면서 (342페이지에서) “나는 상대적으로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얻기 쉬웠던 시대를 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중략) 나는 또 이 책에서 밝힌 바와 같은 예외적인 특권을 누린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나는 호사스럽게도 여행을 많이 했으며 국립보건원의 평생연구원 자격을 얻는 행운을 누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 있는 자유가 없고, 재능 있는 여러 연구생과 박사 연구자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정도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이라는 표현에서 이런 점을 읽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저자가 유명한 동물생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생활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 경우로는 부인의 연구 활동에 대한 이해 부족과 경우에 따라서는 질투 그리고 이어진 이혼. (326페이지에 나오는)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슬픔이다. 10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 그 상실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미미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상냥한 아이였는지, 그 애가 살아 있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즉 사랑하는 딸의 죽음 앞에서 비통한 아버지의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딸의 친구와 재혼하는 것은 요즈음 연상, 연하의 결혼이 연예인들 사이에 많아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다만 둘이 끝까지 행복하게 살아서 다행이지만.

또 미국의 기준일지는 몰라도 훌륭한 교수가 되려면 학교와 현장에서의 연구로 인하여가족을 배려할 수 있는 시간적 부족으로 인해서 이혼을 당하기 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저자의 경우로부터 추측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학자로서의 훌륭함과 가족을 위시한 가정에서의 개인적인 생활은 크게 연관성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런 책이 번역되어 있다는 것 자체를 알게 된 것은 “을의 생존법”이란 책에서 사막에서 낙타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책을 소개했기 때문인데, 책을 읽으며 관련이 있건 없건 다른 분야의 재미있는 책을 소개 받아 읽어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먼저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 중 하나로는 별로 두껍지는 않지만 생각보단 읽기가 힘든 책이라 생각된다.

먼저 동물생리학이라는 분야가 저에겐 매우 생소한 분야였다. 물론 일반인으로서 평소에 왜 그럴까 하고 호기심을 가져본 적은 여러 번 있었겠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거나 더 깊이 연구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유명한 학자의 자서전이라서 그런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저자의 가족, 친구 및 대학 교수를 위시하여 연구동료 등등 족히 백 명쯤은 되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는 입장에서 무시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중간에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경우가 많았다.

또 이 책은 우리나라의 독자들이 이해를 쉽게 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유에서 상당히 의역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목차만 미국 원서와 비교했을 때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원서에는 1부에 1915-1946년, 2부에 1946-1962년, 3부에 1962-1975년 그리고 마지막 4부에 1975-1995년이라는 년대가 명시되어 있다.

- 원서의 1부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번역서에선 2장으로 되어 있다. 원서를 직접 보질 못해서 5장의 내용이 2장으로 압축되어 번역되었는지, 아니면 5장의 내용 중 2장만 번역되었는지는 모르겠다.

- 원서의 목차와 번역서의 목차만 보았을 때도 상당히 의역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역자가 한국의 독자를 위하여 충분히 생각하고 이렇게 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 책을 끈기(?)를 갖고 꾸준히 끝까지 읽으면서 느낀 점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책에 해당되는 부분에 적절한 삽화를 넣어 준 점은 가독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초보자를 위한 배려가 있어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칼스버그 맥주를 창업한 J.C.야곱센이라는 분이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이론적이든실용적이든그어떠한발견도비밀이되어서는안된다는조건을명시했다는 지금과 같이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는 조금은 신선하기도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조건을 붙였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된다.

동물생리학자로서 저자와 동료 연구자 들은 방울뱀을 위시해서 연구과정 중 다양한 동물, 주로 파충류 종류를 요리를 해먹는 다는 점에 대한 언급이 있어 약간은 충격적이기도 했다.

(258페이지에 나오는) “두 달 동안 나는 액체로 만든 음식만을 빨대로 먹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재미있는 관찰을 했다. 일단 음식이 균질화되면 닭고기든 쇠고기든 그 무엇이든 맛이 똑같다는 것이다. 나는생각했던것이상으로우리가 “맛”이라고부르는것보다는씹는느낌이중요하다는사실을깨닫게되었다. 일본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서구인들은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는 음식의 씹는 질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통 사람으로는 느끼기 힘든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석이라 생각된다.

이 책에선 다음과 같은 퀴즈가 나온다. “타조 알 하나는 1kg이고 달걀 1kg은 16개이다. 그렇다면 달걀을 삶는 데 10분이 걸린다면 타조 알을 삶는 데는 몇 분이 걸릴까?” 이 문제는 상대적인 표면적과 용적, 그리고 알의 중심에서 껍질까지의 거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답이 알고 싶은 분은 책을 사서 173페이지를 보시라.

또 온도가 60도 이상 되는 사막에서 1년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고 휴면을 취하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놓고 있는 이스라엘의 네게브사막에 사는 달팽이의 생존방식에 대해 알고 싶으면 212페이지를.

저자의 다른 책이 이 번역서에 몇 번인가 언급되어 있는데, 미국 아마존에서 (2008년 10월에)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저서들이 있었다.

- 146페이지의 “동물생리학” Animal Physiology: Adaptation and Environment, 5^th edition, 1997, Cambridge University Press, ISBN: 978-0521570985

- How Animals Work, 1972, Cambridge University Press, ISBN: 978-0521096928

- 250페이지 “스케일링: 동물의 크기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Scaling: Why is Animal Size so Important, 1984, Cambridge University Press, ISBN: 978-0521319874

- Desert animals: Physiological problems of heat and water, 1979, Dover, ISBN: 978-0486238500

끝으로 영어로 camel’s nose는 특별한 뜻이 있다. 처음에 작지만 좋지 못한 상황을 허용한다면 결과가 점점 나빠진다는 상황을 나타내는 비유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라비아의 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있는데 낙타가 머리를 내밀고 말하길 밖에 바람이 심하니 머리만 텐트 안으로 들어 오면 안되겠냐고 물어, 들어오라고 했더니, 점차 낙타가 텐트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후 나가지 않았다는 우화를. 사자성어로 보면 득롱망촉(得隴望蜀)이랄까.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