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공장 나라]

 

 

아........ 하하.

 

 

언제였더라. 누나를 위해 감자튀김을 한답시고, 감자 꺼내서 씻고 껍질 자르고 토막토막 얇게 자른 뒤 냄비에 기름 두르고 밀가루 묻힌 감자를 한번 튀기고, 또 꺼내서 약간 시간 지난 뒤에 다시 넣어서 튀기면서 기름기 제거하고, 접시에 키친타올을 올리고 예쁘게 장식을 한 뒤 케찹마저 아름답게 뿌리고 가져갔다. 걸린 시간은 약 40분. 손도 많이 들고 할 일도 많고,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엄마의 음식정성에 감동하고 있었는데 감자의 양이 적어서일까. 단 45초 만에 누나가 그 모든 감자를 해치워버렸다.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손이 보이지 않았다. 어찌 그리 동작이 빠를까. 평소에 보던 모습과는 너무 달랐지만, 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의 40분이 45초만에 사라졌다. 아... 허무함이여..

 

 

이 책을 쓴 작가. 그림을 담당한 미술가. 이 두분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노력을 쏟았을까..? 그리고, 그 노력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나는 5분도 채 되지 않아.... 5분은 커녕, 한 3분도 안 돼서 책을 다 읽어버린 것 같다. 너무 나이가 들었나? 도저히 어릴때처럼 한장 한장 읽어가며 그림도 자세히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는 머리가 너무 굳어버렸나...

 

 

마치 남이 정성스레 만든 감자튀김을 순식간에 먹어 해치운 느낌이다. 달콤하고 재미있는, 가벼우면서도 뭔가 메시지가 있는 책이지만, 일단 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미안한건 어쩔 수 없다.

 

 

낱말공장나라. 낱말을 사야만 할 수 있다. 우리가 돈을 주고 차를 사야만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듯이,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낱말을 사야만 자신의 입밖으로 내뱉을 수가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사지 못하면 못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역시 낱말을 사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말을 대신하여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몇마디 되지 않는 낱말들로 마음속의 말을 전한다. 쓰레기통에 있는 하찮은 말, 잘 쓰이지 않는 '복화술' '등나무'와 같은 말, 이런 말들은 사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어린 아이가 본 동화라면, 저런 나라도 있구나 신기해하겠지만, 내가 본 이 동화는. 똑같은 주제로 다른 내용의 책을 써내려갈 수 있게 실마리를 주는 듯하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내뱉는 말,.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디딤돌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꿰뚫는 창이 된다. 그토록 힘들다는 게 경청이라지만, 말을 잘 하기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서점가의 수많은 화술 책들이 그를 대변해준다. 하하. 비록 많이 배우지 못해 어려운 단어는 못 샀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낱말들을 이상하게 섞지 않고 남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도록만 조합해서, 내 안의 공장에서 좋은 제품만 만들어서 입밖으로 출시를 해야겠다.

 

 

낱말 공장 나라. 와호.. 정말 우리 사는 곳이 그렇다면 어떨까?? 딱 한마디만 살 수 있다면.. 귀한 돈을 주고 어떤 말을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