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긴 여정을 함께했던 지도를 들여다보며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그렇게 해서 이핵이 나왔다. 이것은 문명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책들에 기대어 나름의 행보를 걸었던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시민

 

포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가난은 누구의 책임인가? 만약 개인게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어떤 사회적 악덕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사회악은 도대체 왜 생겨났는가? 사회악을 완화하거나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스꼴리니꼬프의 ‘초인론’은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체주의 체제로 현실화되었다. 20세기 세계사는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룰 수 있다.”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영희 선생은 말한다.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지식인은 이런 것들과 더불어 산다.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

내가 대학을 다닐 때에도 이 책의 소지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자’, “빨갱이‘임을 증명당하던(?) 서적

’과학적 사회주의‘를 선보인 『공산당 선언』은 과학의 옷을 입은 역사 종말론이 되었고, 마르크스가 예언한 ’천년왕국‘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할지라도, 언제나 마르크스는 우리에게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직시하라고 말한다.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고 있는 멜서스의 주장. 이것은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근과 전쟁, 전염병으로 인구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멜서스의 주장이다. 『인구론』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별로 없음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인구론』과 멜서스는 금이 간 거울이다.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거기에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은 200년 전 전제정치와 농노제도가 실시되던 동토(凍土) 러시아에서 인간의 자유를 노래했다. 그는 인류가 오늘날까지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한 휴머니즘과 민주에 대한 사랑을 문학으로 꽃피웠다. 그는 얼어붙은 땅에서 솟아오른 꽃이었다. 아무리 두꺼운 먹구름에도 그 빛을 가리지 못한 밤하늘의 별이었다. 그 별은 오늘도 문명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맹자,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전국시대의 전락 속에서 오로지 부국강병책만을 찾던 왕과 제후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한 맹자의 왕도정치. 청춘의 가슴을 뛰게 했던 역성혁명론. 그 알맹이는 가장 중심에 있던 백성.

 

최인훈, 『광장』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이명준은 남도 북도 싫어서 제삼국을 선택했다. 북으로 갔다면 그는 주기적으로 자아비판을 해가며 비굴하게 살아남았거나 부르주아 근성을 청산하지 못한 죄로 숙청을 당했을 것이다. 남으로 왔다면 간첩단 사건에 엮여 들어가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제삼국을 선택한 것이 행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의 이명준들에게는 그런 선택권이 없었다.

 

사마천, 『사기』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사기』는 인간의 비극적 삶과 죽음에 관한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토사구팽‘의 주인공 한신은 아놀드 토인비가 말한 것처럼 역사에서 늘 일어나는 ’역할의 전도‘ 현상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적응을 거부함으로써 죽음을 맞는다.

『사기』를 덮으며, 한신과 한고조가 겪었던 인간적 고통과 비극적 죽음에 대해, 이 모든 것들을 기록해 인류에게 선사한 역사가 사마천의 삶에 대해 깊은 존경과 높은 찬사를 바친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테니소비치의 하루』 슬픔도 힘이 될까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시인 알렉산드르 트바르돕스키가 쓴 서문 중 인용한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시 한 구절.

『이반 테니소비치의 하루』에 담긴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은 푸시킨의 문장이 지닌 발랄함과 낙관, 톨스토이의 작품과 삶이 풍기는 농염한 휴머니즘 위에 서 있다.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다윈은 멜서스의 이론을 모든 생물 종에 확대 적용함으로써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의 원리를 도출해냈다. 또한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에서 사용한 ’적자생존‘이란 용어가 ’자연선택‘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다윈은 ’집단 선택론‘을 통해 인간이 모두 이기적인 동물임과 동시에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기적 동물이라고 주장하였다.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베블런에 따르면, 나의 행복은 내가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 또는 내가 소유한 부의 절대량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많으냐 적으냐에 좌우된다. 부를 축적하는 경쟁에서는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의 열쇠다.

베블런은 인류 문명 전체를 ’사적 소유권의 기초 위에 설립한 야만 문화‘로 규정하였다. 사회를 지배한 집단을 ’유한계급‘이라 불렀고, 현대의 유한계급의 속성을 금전적 경쟁, 과시적 소비, 과시적 여가로 표현했다.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조지는 리카도의 차액지대론(농업생산력의 발전이 가져오는 풍요의 열매를 토지 소유자가 독점한다는 이론)과 마찬가지로 경제 중심지의 토지를 보유한 지주들이 진보의 과실을 지대 형식으로 독점하기 때문에 대중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지주의 불로소득을 조세로 징수하고 그 대신 다른 모든 세금을 폐지하는 것이다. 조지의 아이디어는 ’토지 단일세 운동‘이라는 사회 운동으로 발전했다.

조지의 사상은 토지소유권을 근거로 지주가 취득하는 지대를 공동체의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조지의 사상을 ’토지공개념‘ 또는 지공주의(地公主義)라고도 한다.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이 작품의 주제는 언론이 저지르는 범죄의 원인과 양상을 다루는 것이다. <빌트>라는 ’황색 저널리즘‘의 폐해. 68혁명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난 선정적이며 왜곡된 <빌트>지와 싸우면서 작가가 직접 체험했던 극우 선정주의 신문의 ’헤드라인 범죄‘에 대한 고발장을 쓴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중·동과 같은 <빌트>지가 있다. 그들은 자기네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자기네가 옳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가공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형식으로 국민에게 제공한다.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역사가와 그가 선택한 사실의 상호작용은 추상적이고 고립된 개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현재의 사회와 지난날의 사회 사이의 대화다.“

진보주의자를 위한 E. H. 카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

”역사와 사회의 진보에 대한 믿음은 어떤 자동적인 또는 불가피한 진행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인간 능력의 계속적 발전에 대한 믿음이다.“

 

 

“이 책을 주면서 사랑하는 딸에게 말하고 싶다.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