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최재천 교수는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이며 우리나라 진화론의 선구자이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다르면 다를수록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특별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머리말에서

 

1장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답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바로 유전적 다양성의 고갈이다. 더 좋은 품종을 얻기 위해 우리 인류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열심히 가축과 농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줄여왔다. 좋은 유전자만 남기기 위해서 유전적으로 다양한 집단은 병원균은 공격을 받아도 몇몇 약한 개체들만 희생될 뿐이다. 광우병이나 구제역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이런 전염성 질병이 몰고 올 재앙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그 규모도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오해는 요즘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종족 보존을 위해” 또는 “종족 번식 본능” 등의 표현에 끈질기게 남아 있다. 다윈에게 자연 선택은 의심의 여지없이 개체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은 여성들의 ‘출산 파업’에 의한 것이 아니다. ‘역사적 사명’까지 들먹이며 여성들에게 출산을 강권하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국민교육헌장의 사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듯 싶다. 출산 행위는 부부 공동의 결정에 의한 것이다.

 

어떤 자연사박물관이 좋은 박물관일까? 사실 자연사박물관은 두 개의 박물관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나는 일반 대중을 위한 전시와 교육을 담당하는 이른바 ‘겉 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와 전문가 양성을 위한 ‘속 박물관’이다.

교육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전시는 전시관을 만드는 목공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속 박물관 연구진의 머리에 달려있다.

 

2장 다르면 다를수록 특별하다

엄지와 다른 손가락들의 맞붙임 구조는 인간으로 하여금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만들었고 정교한 도구를 제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는 거의 의심의 여지없이 되먹임 과정을 통해 인간 두뇌의 진화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래서 엄지는 흔히 ‘신의 축복’이라 불린다. 침팬지와 우리의 DNA는 불과 1퍼센트 남짓 다를 뿐이다. 하지만 그 1퍼센트의 차이 속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600만 년 전 우리 인류의 조상과 침팬지의 조상이 각기 서로 다른 진화의 길로 들어서며 서로에게 흔들어 주던 두 손의 운명이 엇갈려 있다.

 

성에 관한 궁극적인 결정권은 거의 예외 없이 암컷에게 있다. 자연계에서 수컷이란 동물들은 모두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보다 더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거나 온갖 춤과 노래를 동원하여 교태를 부릴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제 아무리 잘났다고 뻐겨도 암컷이 잠자리를 같이해 주지 않으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길 재간이 없으니 결국 수컷의 운명이란 암컷의 자비에 좌우되는 사뭇 불쌍한 것이다.

인간의 경우에는 아마도 남자들이 경제권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성의 결정권도 상당 부분 거머쥐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야흐로 여성의 세기가 활짝 열리고 있는 지금에도 이렇게 남자들의 입김이 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3장 다르면 다를수록 재미있다

“곧기는 뱀의 창자다”라는 우리 옛 속담이 있다. 나라 사정이 여러 모로 어려운 즈음에 한 번쯤 되씹어 볼만한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꾸불텅한 뱀이지만 곧은 듯 보이는 몸속에 실제로는 꼬불꼬불 뒤엉킨 창자를 숨기고 사는 우리보다 휠씬 더 곧은 창자를 가지고 있다.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사회윤리도 결국 불신에서 싹이 튼 것이다. 겉보다는 속 창자가 곧아지는 뱀을 닮길 바라는 바다.

 

암세포의 유전자를 생물학자들은 ‘무법자 유전자’라고 부른다. 세포분열을 하지 않겠다던 계율을 어긴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100조 개의 세포들은 모두 제가끔 늘 갈등과 타협의 삶을 산다. 갈등이 빚은 불균형들이 끝내 타협을 얻어내지 못하면 모두 함께 침몰한다.

 

당분이나 지방 그리고 소금은 우리 인류의 진화사에서 거의 언제나 부족했었다. 인류의 역사 중 대부분의 시기에 이런 물질들을 더 많이 섭취할수록 더 큰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그것들을 구하려고 애쓰며 살도록 진화했다. 우리의 고민은 석기시대에 맞도록 진화한 미각을 가지고 예전에는 그토록 귀했던 물질들이 너무도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오늘날 우리 주변엔 달고 기름지고 짠 음식이 너무도 많고 우린 불행하게도 그런 음식을 좋아하도록 진화한 동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