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강조되는 단어가 있다. 공감과 소통. 나는 이 분야에서 김제동이란 사람이 최고 수준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일들이 방송이나 토크콘서트 진행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들리지 않는 울음을 들어주고 주목받지 못하는 울음에 주목한다. 누군가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것이 바로 삶의 품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한 그의 이야기에 발끈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 연예인이면 연예인답게 혹은 개그맨이면 개그맨답게 살라!! 며 그의 이야기를 정치적이라고 매도하고 비난한다. 나는 25년째 민주주의와 정치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나는 정치란 나의 밥그릇이라고 가르쳐왔고 민주주의란 우리가 주인이 되는 사회라고 가르쳐왔다. 그래서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개그맨이라는 이유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동시에 민주공화국의 시민은 모두 정치적이어야 하며, 우리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정치에 주권자인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그의 주장에 격하게 동의한다. 그는 함께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에 계속 정치 얘기를 한다고 한다.

 

물론 이 책에 김제동의 정치 이야기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말 잘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그의 쓸쓸한 40대 노총각의 생활이며 가슴 아픈 성장과정의 이야기나 가족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그로 인해 김제동의 내면을 엿보는 느낌마저 든다.

 

이별 극복법, 그런 거 없다. 울 만한 날은 울어야한다. ‘밥 먹은 걸 소화하는 데는 서너 시간이 걸려요. 하물며 사람을 6개월 만났는데, 이틀 안에 어떻게 잊겠어요. 한 끼 먹은 음식도 소화하려면 몇 시간이 필요한데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에게 모질게 대하지 말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그냥 기다릴 수밖에요.’

 

헌법에 나타나있는 주권재민에 대한 이야기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 선생인 내가 감탄할 만한 수준이다. 그걸 또 쉽게 이야기하는 재주까지 있다. 그의 책을 읽으며 너무나 많은 곳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니리라는 확신을 갖는다. 내 책상 가까운 곳에 두고 세상에 힘들고 사람에게 힘들 때 꺼내어 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