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안식일과 주일의 관계

1. 안식일과 주일에 관련된 문제인식

과거 한국교회에서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주일성수라는 표현이었다. 교회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고 가르쳤고 그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을 구별하는 하나의 중요한 잣대가 됐었다. 비록 교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보수적인 교회일수록 주일에 일을 하거나 가게 문을 열지 않는 것, 공부를 하지 않는 것, 매매 행위를 하지 않는 것, 오락을 금하는 것 등과 같은 규정들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요구했었다.

십계명의 네 번째 계명이서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규정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만 교회에서 가르치는 대로 철저히 지키지 못할 상황일 때 모래 숨어서 규정을 어기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죄의식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기는 했었다. 세월이 흘러 요즘 교인들 사이에서 엄격한 주일성수는 점차 퇴색되어 가는 표현이 된 것 같다. 그러나 교회 강단에서 신학교 교실에서는 여전히 그 가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신학이 시대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상황에 의해 신학과 가르침이 끌려 다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주일의 의미에 대해서 성경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일은 안식일인가? 구약의 안식일 규정이 주일로 연결되었는가?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주일을 안식일처럼 지켜야 하는가? 반대 방향으로도 질문이 가능하다. 구약의 안식일 규정은 과거의 유산인가? 그것의 의미와 정신은 다 사라진 것인가?

2. 교회사의 전통

1) 주일과 인식일의 관계를 탐구하기 전에 교회사의 흐름을 간략하게 살피는 것은 우리가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대 교회와 교부 시대에는 주일을 예배의 날로 강조했지만 그 날을 안식일로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날은 휴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321년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주일이 휴일로 지정되었지만 6세기에 이르기까지 안식일 규정을 주일에 그대로 적용하여 일을 금하는 것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538년 오를레앙 종교회의에서 비로소 주일에 농사일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제정되었다. 그 후 주일성수 개념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은 13세기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서였다. 그는 주일을 기독교의 안식일이라 선포하고 이날은 거룩한 날이므로 모든 일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교개혁자들은 주의 날과 안식일이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칼빈은 로마 가톨릭의 주일 성수 교리를 유대교적 교리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기독교의 주일은 안식일의 기독교판이 아니라 교히 질서와 영적 건강을 위해서 채택된 제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국의 청교도들은 주일을 안식일의 연속으로 보기 시작했고, 이것이 미국 청교도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사58:13-14을 액면 그대로 적용하려고 시도하였다. 17세기 스코틀랜드에서는 주일에 ‘웃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기도 하였다. 이 흐름은 그대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로 이어져서 안식일을 주일과 거의 동일시하면서 그날에는 구약에서처럼 일도 금하고 오락도 금하고 오직 찬양과 예배만 하도록 규정하였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1장 7.8항) 이 전통 속에 있었던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한국교회도 초기부터 이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2) 현재 주일과 안식일의 관계에 관해서 크게 새 가지 입장이 존재한다.

첫째는 안식교 전통으로 이들은 지금도 구약시대처럼 제 7일인 토요일을 휴식과 예배의 날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는 주일성수주의 전통이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보활 이후 안식일이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바뀌었을 뿐 이 날을 구약의 안식일처럼 지키는 것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주일을 기독교의 안식일로 여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안식일 폐기론으로 이들은 안식일 규정은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적용되는 의식법에 해당되기 때문에 신약시대에 그대로 지켜야 할 필요가 없으며 주일 개념에로 옮겨가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3. 현재 한국교회의 상황

1) 주일성수 강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주일성수의 입장을 강하게 견지해왔다. 이는 청교도의 후손들인 미국 보수주의 교회의 영향을 받은 탓도 있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 소교리 문답을 교인들의 신앙과 행위의 지침으로 삼은 탓도 있다. 그 결과 양용의 교수가 언급한 대로 “한국 장로교회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의 신앙과 삶의 절대적 표준이 되는 성경(특히 신약성경)이나 그들이 전 교회사를 토해 가장 신뢰할 만한 신학자로 인정하는 칼빈의 안식일 이해보다는 그들의 비판의 대상이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스콜라철학적(곧 로마 카톨릭적) 안식일 엄수주의에 더 가까운 안식일/주일 신학을 견지하게 되었다.” (양용의, [예수님과 안식일 그리고 주일], 이레서원, p. 387) 이런 입장은 한국의 대부분의 교회와 목사들, 심지어 신학자들까지 견지하고 있는 태도이다.

2)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다른 편에서는 신학적인 이유가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로 인해 주일성수가 폐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생존경쟁이 심해지면서 주말까지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입시경쟁이 더 치열해 지면서 주말에도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아이들 상황, 그리고 경제력의 행상으로 주말에 더 많은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주일 성수의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것은 별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현상은 우리의 윤리와 행동의 규범이 아니라 성경이나 신학이 안라 실용주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렇게 해서 교회의 권위가 무너지면 다른 가르침도 경시하게 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그렇게 강조하던 주일성수가 신학적인 이유가 안라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가볍게 무너지면 다른 가르침이 어떻게 권위 있게 받아들여 질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지금 한국교회는 주일과 안식일의 관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때다. 주일성수가 성경적인 개념인 것이 맞다면 그 권위를 다시 회복하여 순종을 강조해야 할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바른 가르침을 통해 교인들의 삶을 성경의 가르침대로 인도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