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뿔났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주말 아침이면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당당하게 벨 ㅡ 모처럼의 늦잠에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악마로 만들어 버리는 ㅡ 을 누르고는 교회에 나올 곳을 종용하는 종교인들이 떠오른다. 짐작으로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 "예수 믿고 천당가자" 라는 말을 거침없이 해대며 이른바 복음을 전하는 모습이 아주 잠깐이지만 생각났던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가 어째 심상치 않다.《하느님이 뿔났다》란 제목 아래 '하느님, 어지러운 세상에 똥침을 날리시다' '푸르니에의 발칙한 풍자소설' 이란 문구가 떡 하니 적혀 있는 것이다.

 

첫 장을 열어보니 '천지창조의 위대한 과업을 마치고 은퇴하신 하느님, 사는 게 지루해 지시다.' 가 눈에 들어 온다. 분명 이책에 등장하는 하느님은 우리나라 애국가 가사에 나오는 하늘의 하나님이 아닌 기독교 신앙의 대상인 유일신(the Almighty God)인 만물의 창조자인 하느님인 것이다. 그런 하느님을 감히 풍자하고, 그런 하느님이 똥침을 날리는 경박한 행동을?

 

지금 하느님은 천지창조를 마치시고, 연금 수령에 필요한 불입 기간도 채워 하늘 근처 구름 위로 치솟은 타워의 맨 꼭대기 층, 그러니까 그 타워의 세입자들인 인간들의 머리 위에서 베드로 성자와 같이 거주하고 계신다. 그런 생활이 따분해지고 지루해진 하느님은 자신이 창조한 세상에서 인간들이 너무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질투를 하고 계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인간을 덜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괴롭히는 것이었다. 온갖 벌레 그리고 파리, 모기를 비롯한 해충을 만들어 괴롭히고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만들어 전염병을 창궐시킨다. 석유와 공해 유발 물건을 만들어 환경을 파괴한다. 가뭄, 홍수와 같은 이상 기후나 화산 폭발같은 자연 재해를 만들어 재앙에 빠뜨린다. 돈을 만들어 물질만능에 빠뜨리고, 담배나 술과 같은 향락 물질을 만들어 정신과 몸을 병들게 한다. 부부, 가진 자와 없는 자, 종교 간의 분쟁으로 대립하게 한다. 두려움을 만들어 공포에 싸이게 하고, 화약과 전쟁을 만들어 세상의 종말을 고하게 한다.

 

지금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모든 것들을 하느님의 질투로 비유하여 풍자하고 있는 속에는 촌철살인의 뜻이 담겨 있다. 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이와 같은 사건. 사고에 대해 자성을 촉구하는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그 누구 때문이 아닌 바로 나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한 하느님의 마지막 경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