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수많은 별과 초승달이 떠 있는 한여름 밤 숲속의 공터. 한 젊은 남자가 누군가에 의해 알몸인 상태로 흙을 파낸 구덩이에 묻혀지고 있다. 처음부터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죽은 영혼은 그것이 자신임을 알고 놀라지만 자신이 왜 죽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는지? 죽어버린 자신은 누구인지?

 

엄마의 뱃속에서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는 아기는 엄마가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태어난 아기는 엄마를 구해 달라고 필사적으로 울부짖었지만 결말은 이미 알고 있다. 플래시백 되어 나타나는 그 악몽 속에서 죽음을 자각한 청년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고 있다.

 

아이의 이름은 준이치. 아버지는 기업 매각과 재건을 전문으로 삼는 악명 높은 사업가이다. 왼발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준이치는 대 저택에서 유모에 의해 걷기 위한 훈련을 받으면서 자라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던 때 그는 젊은 새 어머니와 동생을 맞는다. 대학 때의 첫 경험에서 여자친구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흘러 나오는 다른 남자친구의 이름을 듣고는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에 요구에 따라 10억 엔을 받는 조건으로 상속권을 포기하는 각서를 쓰고 내쳐진다. 그는 이제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아이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평생 절대로 가족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홀로 살아가는 것이다 라고 마음의 결의를 다진다. 이후 준이치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게임제작 업체에 투자를 하게 되면서 엔젤 투자가로 변신하게 된다.

 

플래시백 된 지난날을 통해서도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한 준이치는 죽기 전 2년의 기억이 사라졌음을 알고 진실을 알기 위한 조사에 착수,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건, 사고, 음모의 전모를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고 자신을 죽게 만든 것 또한 그 여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자기의 아기를 임신하고 있는 여자는 지금 분만대 위에 누워 있지만 여자와 뱃속의 아기모두 준이치가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준이치는 망설임 끝에 예전에 가졌던 혼자이겠다는 다짐을 접고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아이를 구하는 길을 선택, 그녀를 감싸는 천사의 마지막 날개를 편다.

 

이와 같은 사후세계나 영혼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그저 신비하다거나 또는 황당하고, 괴기스러운 정도로만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난날을 회상하고 잊혀진 기억을 찾는 노력을 통해 사랑에 도달하게 되는 결론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추구해야 할 인간성 회복의 모습의 아닐까 싶다. 설사 그것이 다소 진부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