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도쿄 DOLL》이나《렌트》와 같은 작품을 통해 감춰진 또 다른 세계를 들여다 보는 듯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던 이시다 이로의 첫 단편집이자 첫 연애작품집이라 한다.

 

작가는 '지금'을 살아가는 남녀 간의 연애의 한 장면을, 선명하게 잘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누구도 쓰지 않은 주제를, 누구도 쓰지 않은 방법으로 쓰고 싶다. 어른의 연애소설은 차가운 눈으로 관찰한 어두운 이야기가 많았으므로 좀 달콤해도 괜찮으니까 다 읽고 나서 기분 좋게 취기를 나려 버릴 만한 러브 스토리를 쓰고 싶어 실제 체험한 것에 바라는 이상을 더하여 담았다고 한다.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10편 중 그 어느 것 하나에도 누구도 쓰지 않은 주제를, 누구도 쓰지 않은 방법으로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는 담겨 있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두운 어른의 연애 이야기도 아닌 것이다. 연애 경험을 가져 보지 못했거나 갖고있다 하더라도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바로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서로가 친구사이인 남자친구와 헤어진 여자친구를 위로하다 연인으로 발전하는 일, 서로 관심 밖에 있던 사이에서 급속히 연인 사이로 발전하고 다시 다른 상대를 만나 쉽게 헤어지는 일, 바깥 세상과 단절한 채 생활하는 채팅 상대를 현실로 끌어들이는 일, 보여 주기 위한 거짓 관계에서 오랜 만남을 통해 정식 관계로 발전 하게 되는 일, 돈으로 상대를 사고 파는 물질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진실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확인하는 일, 더 나은 미래를 좇는 연인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변함없는 따뜻한 마음으로 확인시켜 주는 일, 스스로 닫아 걸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에게 다가가는 일, 사이버 공간과 현실의 차이를 극복해 가는 일, 이상형의 상대를 찾고 상대도 그것을 알게 하는 일, 늘 가까이 하면서도 일정간격 사이를 두고 있는 상대에 대해 갖게 되는 안타까움. 이러한 것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은, 오히려 더 평범하고 현실적이어서 기대, 흥분, 긴장, 설레는 마음으로 데이트를 하고 따뜻함, 아쉬움,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랑을 이어 가고 이별을 생각하는 이야기인지라 그 속에서 내가 되기도 하고 내 연인의 입장이 되어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