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제 만만해 지는 철학책

 

철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일단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해. 철학적으로 사고를 해야 한다는 말들도 하고, 철학이 빈곤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철학에 관련된 용어나 개념은 뉴스나 신문, 교양서, 인터넷 등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그런데 왜 철학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할까?

일단 철학책이라고 나온 책들을 보면 그 단어가 너무나 난해하다. 같은 한국어인데. 뭔 소리인지 모를 정도이다. 이런 걸 굳이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만 저희들끼리 속닥거리는 그런 철학이 아닌 일반 대중들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철학 용어집, 철학 입문서 또는 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철학이 어려운건 일단 용어가 너무나 어렵고 생소하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그 언어가 번역어이기 때문이다. 철학이라는 말 자체도 일본 메이지 시대 니시 아마네(서주(西周) 1829-1897)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philosophy'라는 서양단어를 ‘철학(哲學)’으로 번역한 사람이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철학,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서양 철학의 용어도 다 그가 처음으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니시 아마네는 서양 철학을 동양 사회에 소개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 의미를 함축적이고 너무 알기 힘든 용어를 사용했다는 비판이 있다. 즉 서양철학의 본고장인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일상적으로 쓰는 쉬운 언어인데 이게 동양으로 오면서 기괴하고 난해한 언어로 돌변해 버린 것이다. 여기에 일본인들이 쓰는 언어세계와 우리의 언어세계가 다르다는 점. 언어는 시대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인데, 철학 계는 전통을 중시하는 낡은 습관으로 예전에 쓰는 언어를 그대로 답습해 온 탓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인문학의 핵심에 해당하는 철학에서는 계속해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학문이든지 그 학문에서만 쓰는 고유한 언어 체계가 있는데, 철학은 그 강도가 너무나 심해서 어려운 철학용어로 인해 철학은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만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철학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은 철학이외에도 다른 분야에서도 도움이 되고, 그 개념을 이해함에 따라서 우리 삶이 더욱더 풍부해 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나온 책이 바로 [철학 용어 사전]이다. 난해한 철학용어 150개를 선정하여 용어의 의미와 그 용어를 사용한 철학자의 사상이나 용어와 관련된 사항을 같이 언급해 주고 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이리저리 읽어가면서 이해를 하면 좋을 듯하다. 여기에 그 용어가 사용되는 보기와 그림을 같이 첨가하였고 쉬운 풀이 코너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될 것이다.

다른 사전류와는 달리 가나다순이 아닌 자주 쓰는 빈도에 따라 이 책을 구성하였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면 앞에 입문 철학 정도만 주의 깊게 봐도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대략적인 철학 용어, 개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조금은 친근하게, 철학을 만나며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좀 더 세련되고 풍부하게 만드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