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나쓰미의 반딧불이>는 고맙다...는 짧은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반딧불이를 본적은 없지만, 정의신 작/연출의 <가을 반딧불이>를 보면, 반딧불이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는 말이 나온다. 밤하늘을 밝혀주는 작은 영혼의 빛.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나쓰미의 반딧불이>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중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인연이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현실에 많이 존재한다면 세상은 정말 아름답고, 따뜻해지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인사이인 싱고와 나쓰미는 아르바이트를 가던 길에 우연히 '다케야'라는 가게에 들르게 된다. 시간이 멈춘 듯, 낡고 작은 가게는 싱고의 시선을 끌고, 가게와 주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다케야의 주인은 야스할머니와 할머니의 아들인 지장 할아버지. 야스 할머니는 처음 만난 싱고와 나쓰미에게 차를 권하고, 그렇게 여든의 노모와 사고로 몸이 불편한 예순의 아들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사진을 전공하지만 전문 사진작가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싱고는 다케야의 작은 창고를 빌려, 작업실로 개조해 대학시절의 마지막 방학을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지장 할아버지의 친구인 불사 운게쓰와  야스 할머니의 친척인 어린 다쿠야와 히토미와도 가족처럼 지내면서 잊지 못할 여름을 만들어 간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가족'이 된 것이다. 

낯선 이들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터놓고 친해질 수 있을까?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다 서로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친절함. 그 친절함이 타인에 대한 경계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뛰어난 능력으로 스승을 능가하는 평가를 받은 운게쓰는 자만심과 철없던 행동으로 아내와 이혼하게 되고, 홀로 작업실을 차려 불상만드는 일에만 전념한다. 하지만 갑자기 자신들의 마을로 찾아든 낯선 이에게 아무도 마음을 열지 않을 때, 지장 할아버지는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지장 할아버지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젊은 날 사고를 당해, 몸의 한쪽이 마비되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의 미래를 위해 이혼을 하고 홀어머니와 살아왔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세상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가 아쉬워 한 유일한 한가지는 자신이 어릴 적 매일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해준 어머니처럼 자신의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지 못한 것 뿐이다. 두 사람 다 정말 천성이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다. 
한참 친구들과 함꼐 놀고 싶은 싱고와 나쓰미를  다케야에 머물게 한 것도 그 따스함과 친절함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공모전에 입상하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꾸만 움추려드는 싱고에게 야스 할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전한다. 

 "타인과 비교하면 내게 부족한 것만 보여 만족을 모른대.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127쪽)

그리고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어른이란 이런 분들을 일컷는 말이 아닌가 싶다. 참 별거없는 평범하고 소박한 삶인데, 이렇게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다니...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지장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버스 안에서 책을 읽었는 데, 눈물이 흘러 한참을 책으로 얼굴을 덮었어야 했다. ㅠㅠ)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이 소설처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적이 드물었기에...마지막 장까지 한장 한장 소중히 읽어나갔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이야기다. 일상이 무료해지거나 삶이 건조하다고 느껴질 때, 그떄마다 다시 읽어봐야겠다.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