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받으며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보석을 좋아하는 데, 가장 아끼는 보석은 물려받은 보석이다. 오랜 시간 누군가에 의해 소중하게 간직되다가(그것이 가족이라면 더욱 좋은) 소장하게 된 보석은 그 사실만으로도 가치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릴 적 엄마의 보석함을 보며, 이것은 꼭 내게 주라며 약속을 받곤했다. 

보석은 단지 아름답게 치장을 하기위한 것에 머물지 않는다. 결혼의 증표인 다이아몬드. 이유는 단단한 성질 때문이다. 드비어스의 유명한 광고문구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이아몬드처럼 결혼생활도 절대 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다.(물론 얼마나 많은 신혼부부들이 그 의미를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석의 기원은 수천년을 거술러 올라가는 데, 단지 반짝이는 존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특히 시그닛 반지는 지위와 권위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권력자의 상징으로 중요한 물건을 봉인하거나 사인대신 사용되었다. 작고 화려한 로켓에는 향수를 담거나 소중한 물건을 넣어 다녔고, 로코코 시대의 대표적 보석인 지랑돌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당시에는 의상도 크고, 머리도 높게 장식하는 게 유행이었는 데 샹들리에를 연상하는 귀걸이로 중심을 잡아주었다고 하니, 로코코 시대가 얼마나 화려하고 풍요로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우리는 보석을 필수품이라고보다는 사치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은 보석이 가진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대를 풍미한 예술사조가 있듯, 보석 또한 시대를 대표하는 보석과 스타일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대별로 유행했던 보석들을 소개하고, 그 보석을 소유한 이유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석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니 한층 흥미로와진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유명한 그림 속 소녀의 귀에 걸린 영롱한 진주는 보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평생 진주에 집작했는데, 이유는 진주가 처녀를 상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리 앙뚜아네트는 결혼 예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지참했는 데, 그녀 뿐 아니라 이후 목걸이를 소장한 왕후들 모두 불행한 죽음을 맞았다. 비취에 심취한 서태후는 비취구입에 엄청난 국고를 탕진했다.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일수록 사연들도 파란만장한다. 특히 사람의 탐욕이 더해져 그 광채만큼이나 어두운 이면을 가지고 있음은, 보석을 어떻게 소유하고 생산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단지 경제적인 이유나 소유욕으로 보석을 탐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을 부르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보석에 대해 생각할 때, 조금은 막연하게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 데, 보석은 소유하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소장하고 착용하는지가 보석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되어 유용한 시간이었다. 의상 못지 않게 보석도 시대에 따라 스타일이나 착용방법이 달라져왔음을 아는 것도 흥미롭다. 책은 보석을 디자인한 주얼리 디자이너들도 함께 소개하는데, 어떤 식으로 보석이 디자인화되고,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책에 소개된 사람들처럼 많은 보석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나를 상징하는 아이템을 가지면 좋겠다. 공방에서 직접 만들거나 디자인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거기에 행복한 기억이 더해지다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보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