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기분이란 어떤것일까.
누구나 자신이 언젠간 죽을것이란걸 알고 있지만 그 시기를 알지는 못한다. 누구나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지만 이를 인지하지는 못한다. 만약 나의 죽음의 시기와 이유를 알게된다면..그리고 그 시기가 머지않은 미래라면.. 홀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그럴것인데,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가야한다면.. 삶에대한 미련과 집착으로 남은 하루하루가 힘겹고 아쉽고, 불안하고 또한 바쁠 것이다. 사실, 이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생각하기 조차 싫은 상황이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상황, 두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부모님의 딸인 작가가 그려내는 죽음까지가는 길목에서의 삶.. 이토록 담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끔은 무너질것 같을지 모르는 멘탈을 잡고 조심스럽게 때론 유쾌하게 때론 그 담담함 속의 울컥함과 견디기 힘든 현실이 내게 전해지듯 했다. 종양이 발견되고, 악성임을 알게된 후, 지인들에게 알리고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다 암의 전이상황을 알게되고 또 하루하루..그 과정에서 작가는 암이었던 엄마를 먼저 떠내보내기까지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이제 곧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하는 자신의 상황에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랄지 현실을 부정하는 외침같은 걸 표현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다.
'플리즈'라는 마법의 단어.. 작가의 아이들이 엄마는 플리즈라는 단어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해 작가는 밤에 목이마를때, 무서운밤 속에서, 잘시간이 지났는데도 키득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옆집부부의 소음소리를 예로 들며 앞으로 경험하면서 견뎌야할 수많은 상황들 속에 '플리즈'란 단어가 이 모든것을 견디게 해준다 말한다. 아마도 즉음을 향해 걸어가면서 삶에 대해 느끼는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원한다, 필요하다"는 무미건조한 말보다 달콤한 말이라 일컬으며 말이다. 후에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이들을 재운 저녁, 엄마가 생전에 부르곤했던 오래된 캠프송을 부르는 작가의 모습에서도 "플리즈"라 말하지 않지만 그리 말하는듯 느껴질 정도로 삶에 대한 열망이 보인다.

음, 더욱 오래 머무르고 싶어
음, 조금 더 오래
음, 네 곁에서 조금 더 오래

작가의 진심이 이 부분들에서 아득하게 묻어나오며 내 눈과 마음을 적셨다.
엄마를 보냈지만 책의 중간중간 계속해서 엄마의 생전을 회고하며, 엄마의 부재를 그리워하고 남편과의 여행, 아이들과 시작하는 하루, 지인들과의 하루하루를 무겁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게 그야말로 소중하게 그려내며 그 얼마나 남은 시간을 온전히 마음속에 담으려고 노력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무거운 발걸음이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가고싶지 않은 그곳에 가야하는 자신과 남기고 가야할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 이를 아름답게 그려내며 우리에게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지금 당신의 하루가 얼마나 간절한 하루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저 평범한 하루로 당연하듯 받아들였던 오늘이 다시 올 수 없는 내일이라면.. 중반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읽는 내내 가슴의 먹먹함을 잠재울 수 없을 정도였다. 평범한 하루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듯 이 책은 나를 사랑하고 나의 삶을 사랑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나의 삶의 일부인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삶을사랑하지않을이유가없다, 북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