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을 텍스트 또는 대표적 주해만을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중용의 대표적 해석서는 주자의 중용장구다. 나 역시 이 책을 골라 잡은 이유는 주자의 중용장구만 보고 그 뜻을 잡아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높고 높은 한자의 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도올이 직접 쓴 책이 아니다. 1995년 도올선생의 중용강의를 도올서원의 재생들이 받아 적은 강의노트다. 그래서 TV강의에서는 못하는 말들도 서원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므로 이 책이 전달하는 현장감은 충분하다. 하지만 소위 ’엑기스’만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곳곳에서 재생들에게 전달하는 현실비판의식과 학자 또는 학생으로서의 학문의 자세를 전달하는 것은 아마 도올의 또다른 강의 목표였을 것이다. 다만 비판이 두드러질 때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 근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당한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은 중용강의의 상권이며 중, 하권이 출판이 안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용 전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에겐 이 책보다는 다른 중용강의를 보는 것이 나을 듯하다. 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합본이 연말이나 내년초에 나온다고 하니 그 때를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한 옥편없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나는 물론이고 대다수의 독자들에게도 힘들듯하다. 이 어려움을 다음 출판에선 해결해 준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약간의 부정적 이미지, 즉 텍스트와 관계 없는 사설과 비판들, 어려운 한자들,을 차치하더라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동양고전을 읽어 내려가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배경 지식들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도올의 다른 강의도 그렇지만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그의 강의는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들고 온다. 그런 총체적인 이해야말로 학문을 즐겁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중용 텍스트와 주자의 장구들을 읽어 보면 전보다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용, 이는 중간 (middle, balance)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중용은 명 해석처럼 하늘의 명(天命),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 그러나 잠시도 쉬지 않고 따르는 것이다. 그러기에 중용을 지키는 것은 쉬우나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평생을 지키는 사람을 성인이라 한다. 

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 
發而皆中節謂之和

희노애락이 발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하고
발하여 모두 마디에 들어 맞는 것을 화(和)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