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88세대’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우리의 사회는 이런 이념적(?)인 냄새(사실, 이념과는 관계가 없다)를 풍기는 단어에 광기에 가까울 정도의 조심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사람들 입에서 오르락 내리락 거리지 않으니 사람들은 들어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이 없으니 알 수도 없다. 바쁜 세상, 잠 잘 시간도 없는데 머리 아픈 것엔 관심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알게 모르게 세뇌당하고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다. 아기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깨닫지 못하는데 있다. 

신자유주의자들, 그들은 ’무한경쟁, 무한발전’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다. 최근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됐지만 ’정의’와 같은 개념들은 ’경쟁’ 또는 ’발전’의 개념 앞에서는 항상 차순위로 밀린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경제발전은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무한 경쟁과 발전을 위해 우리 학생들은 ’학대’를 당한다. 시험공부, 영어공부, 고시, 자격증, 제2외국어 등등... 바쁜 그들에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철학 따위의 공부들은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다. ’밥 벌어 먹고 사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설프게 봤다간 왕따당하기 쉽상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시험의 달인들, 그들은 과연 행복해졌는가? 혹시 남 좋은 일을 한 것은 아닌가? 사장들이 자격증 많이 가지고 토익, 토플 만점 받은 사람들이었나? 이런 현실에 대한 가치 판단은 누구도 하기를 꺼려한다. 

잘 판단이 안되면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나라들을 보면 된다. 영국, 미국을 보라. 80/20의 법칙을 넘어 90/10의 법칙으로 가고 있는 사회들이다. 전체 10%인구가 90%이상의 부를 소요하는 사회. 나머지 90% 인구는 빚을 지며 주택자금을 갚아야 하고, 자금 압박 때문에 10% 인구가 마음껏 다니는 여행조차 잘 다니지 못한다. 그저 TV를 보며 시간을 보낼 뿐...따라서,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은 10% 안에 진입하기 위한 공부였다. 즉, 축구장 같은 집과, 럭셔리한 자동차, 매일 밤 끊임 없는 파티, 고급 술자리, 아들 딸 전부 해외 유학 보내고, 골프 치고 요트 타러 다니기 위한 장기적 포석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아래를 내려다 본다.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위에 있는 그들을 비난한다. 마음 속으로는 부러워하면서, 그리고 발걸음을 로또 복권을 사러 향하면서, 부동산이 대박나기를 기다리면서...

노무현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고 말했다. 홍세화가 소개하는 프랑스의 노동운동은 노 전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증명한다. 홍세화가 소개하는 그 현장은 생생함을 넘어 가슴뭉클함이 있다. 지하철이 끊겨도 버스가 파업을 해도 트럭이 길을 막아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참아 내는 것. 아래로부터의 연대, 그것은 ’인간애’다. 홍세화의 말대로 그들은 ’정의’를 ’사회질서’ 위에 올려 놓았다.

파업을 없애고 열심히 일해 경제 성장을 하는 것. 그것은 누구를 위한 일인가? 늘어난 규모의 경제가 노동자의 복지와 행복에 기여하는가? 성장분은 주로 10% 사람에게만 배분 되는 것 아니었는가? 

불명예 퇴직할 때도 몇 백억씩 퇴직금을 받는 사장들, 그들은 말한다. 게으르면 안된다고 열심히 성공할 때까지 부단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침묵하는 시민들, 학생들 그들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안타깝지만 우리의 미래는 바로 그들, 영어 공용화를 위해 열심히 토익, 토플 공부하고, 고시공부, 자격증 시험 공부하며 하루의 피로를 TV 드라마로 푸는 그들에게 있다. 그러나 묻고 싶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다인가? 이것은 행복을 위한 생물학적 필요조건임이 틀림이 없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친다면 우리 삶은 생물학적으로 생존을 위한 동물의 삶과 무엇이 다른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요즘, 프랑스에서는 정년연장을 둘러싸고 전국적인 반정부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도 경제 논리에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물결 위에서 자유롭지 못한가보다. 나도 멀리서나마 "끝내 이기리라"하는 응원가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