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겨울밤, 잠이 오지않아 뜨거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책장앞을 서성이다가 문득 빼들고 읽은 시집.

작년가을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곽홍란의 ' 직선을 버린다 ' 였다.

 

원래 詩 와는 거리가 멀고,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 시의 가장 특징적인요소라하는 은유나 상징 비유들이 내 정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거의 시를 읽은적이없다.

아마 내게 이 시집을 선물했던 분은 그런 나의 매마른 정서를 간파하고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당시에도 읽다가 지쳐서 차마 포기했던 시집이었건만, 오늘은 왠지 '직선을 버린다' 는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다.

난 직선이 좋은데.. 시인은 왜 직선을 버린다고 했을까?

삶이 조금 지루하고, 조금은 자신없고 , 조금은 기다려지고, 알수없는 곡선을타고 어디로 가고있는지  방향조차 잃은 것만 같은 나의 오늘은 직선을 바란다.

간절히 바란다.

어떤 목표가 있다면 가장 빨리 도달할수 있는 길은 직선이며, 너무 많은 미련과 군더더기 감정들은 모두 직선앞에서 떨어져 나갈것만같다 .

 기억을 뛰어넘어 종국을 향하는 도약과도 같은 직선.

난 그렇게 직선을 바라건만..

 

이 시집에 담긴 시는 여전히 알아 들을수가 없다.

단지 '읽었을 뿐' 이다.

그런데 시를 읽는 내내 드는 감상은 슬픔, 인내, 의지, 인고 와 같은 정서들이었다.

뭐가 이리도 사연이 많은지 하나같이 수월한것이 없다.

난꽃, 섬, 해당화, 노을 기타등등 소재 자체도 외로움이 잔뜩 묻어 난데다 저마다 아픈시간 인고의 시간들을 간직하고있다.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는 이 시를 절반쯤 읽었을무렵 페이지를 훌쩍 뛰어넘어 경기대 국문과 이지엽교수가 쓴 이 시집의 해설을 읽었다.

서정성과 역사성의 조화라는 국문과 교수 특유의 감상이 가미된 문학적 해석이었다.

어떤시는 서정성이 있는받면 역사성이 부족하고, 또다른시는 역사성이 뛰어난반면 서정성이 빈약한데 반해 곽홍란의 시는 서정성과 역사성을 적절하게 잘 표현하여 훌륭한 시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역사적 상상력이 확장되었다는 평을 하였는데, 알아듣긴 힘들지만 나역시 이 시집을 읽는 내내 비슷한 감상이 들긴했다.

감정이 매마른건지 말귀를 못알아 듣는건지.. 여전히 시를 읽는다는건 답답함을 이겨내야하는 고통의 과정이다.

 

 

 

 

곽홍란, 직선을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