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지 웰치 (Suzy Welch)의 자기계발서 10-10-10(2009년작)입니다.

 그녀는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Portland, Oregon)에서 태어난 1959년생 미국인으로 논평가(commentator)이면서 저널/칼럼리스트이자 작가입니다. Harvard College에서 BA를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Miami Herald에서 리포터로 일을 시작했고, 이후 Harvard Business School을 졸업하고 Baker Scholar를 수여받은 뒤, 경영 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다가 궁극에는 the Harvard Business Review의 chief 에디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에 당시 이혼녀였던 그녀는 General Electric의 전 CEO이며 유부남인 Jack Welch를 인터뷰하면서 그와의 불륜으로 인해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고, 이 후에는 그와 재혼한 뒤 남편과 공저로, 매주 발행되어 약 8백만명의 독자들에게 구독되는 BusinessWeek magazine에 ‘The Welch Way’ 라는 이름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리더십과 organizational change, 인적 자원 경영 등에 관한 책들을 편집 및 저술하였습니다. 

 그의 남편 Jack Welch와 베스트 셀러 ‘Winning’, ‘Winning: The Answers’를 공저하기도 한 그녀는 네 자녀의 엄마이며 O(Oprah’s magazine)에도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칼럼을 개재하고 있는데, 2006년 최초에 O magazine에 칼럼으로 개재한 10-10-10이 많은 독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면서 남편 Jack이 책으로 출간할 것을 권고했고, 실제로 10-10-10으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은 독자들의 실례를 조사하고, Brain science에 대한 고찰을 포함하여 2009년에 바로 이 책이 출간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출간 후 The Today Show, The View, Reader’s Digest 등에서 특집으로 소개되며 빠르게 인기를 끌며 뉴욕 타임즈와 월스트리트 베스트셀러 Top 5 안에 진입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저자가 10-10-10이라는 ‘획기적인’ 결정 방법론(decision making tool)을 생각해내게 되는 에피소드와, 10-10-10에 대한 brain science를 포함한 원리 및 적용 방법을 서술하고, 이 방법론으로 인해 도움을 받은 많은 독자들의 실례를 나열하는 식으로 저술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발견’한 10-10-10이라는 방법론은 매우 간단한데,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펜과 종이를 준비하고 그 결정으로 인해 10분 뒤, 10개월 뒤, 10년 뒤에 어떠한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날 지 신중하게, 상세히 적어가며 고찰한 후 결정을 내리라는 내용입니다.

 

 언뜻 보면 너무나 당연해보이고,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을 것만 같으며, 간단해 보이는 방법론이만 마치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그녀가 최초로 그 방법론을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인지하고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간단한 방법론이지만 실제 삶에서 상당수 사람들이 본인도 모르게 비합리적인, 본능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고 후회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decision making을 하는데 이러한 방법론이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에 합당한 많은 실례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의 단점인 맹목과 과장이 여전히 이 책에도 있습니다. 먼저 저자가 주장하는 10-10-10이 과연 Life transforming 정도의 강력함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성공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결정의 문제라기보다 그 뒤에 따르는 will(의지), passion(열정), effort(노력) 등의 요소가 부족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내일부터 매일 2시간씩 영어 공부를 한다고 결정했다고 한다면 10분, 10개월, 10년 후 확실히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좋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정은 단지 시작일 뿐 삶이 변화될 정도이려면 위 요소들뿐 아니라 많은 외부적인 요소들도 도와주어야겠지요. 성공하는 삶으로 transforming 하는 공식을 억지로 산술적으로 만들어 본다면 good decision + will + passion + effort + α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Life transforming 이라는 과장된 표현을 쓰기보다 a reasonable method for good decision making. no more, no less 정도의 표현이 좀 더 솔직하고 적절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저자의 주장처럼 10-10-10이 과연 매번 최상의 결정(the best desicion)에 도달하게 할지는 의문입니다. 첫째로 10-10-10 과정에서 모으는 정보는 매우 불완전합니다. 누구나 인정하듯 인간은 단 1초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10분, 10개월, 10년 후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입니다. 또한 긍정적인, 부정적인 결과를 구분하는 데에 기준점이 되는 가치(value)에 대한 절대적인 정확성이 없으므로 불완전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내린 결정은 결국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때로는 이기적인 결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이 책속에 10-10-10으로 내린 결정들의 실례에서도 이혼과 이성 교제 등등의 문제에 있어 사회적이며, 숭고한 가치를 따르기보다 개인적인 가치만을 추구한 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0-10-10의 창시자인 본인조차 10-10-10을 통해, 십수년 살며 네 명의 아이를 갖고도 정작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며 이혼을 결정하고, 이미 아내가 있는 유부남과 불륜을 행하여 결국 그를 쟁취하는데, 이러한 결정들이 저자의 주장대로 본인에게는 최상의 결정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 문제와 연루된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인륜적으로는 과연 최상이었을지 매우 의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과장이 흔한 자기계발서들에 대한 반감이 있고, 그러한 장르의 책들에 대해 유독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의도한 것보다 책을 훨씬 나쁘게 평을 해버렸군요.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책을 읽은 후 회사에서 힘들어 그만두려한 후배와의 상담에서 자신도 모르게 10-10-10을 제시하는 저의 모습을 보며 놀랬습니다. 아마도 10-10-10은 그만큼 독자 자신이 적용하기에, 또한 주변인들에게 제시하기에 용이한 방법론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고, 다만 그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판단함에 있어 개인적인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숭고한 가치를 포함하여 결정한다면 감정과 본능으로 치우치기 쉬운 순간에 합리적인 결정을 도와주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찌되었든 추!천!합니다.